찻길·뱃길·하늘길 ‘꽁꽁’… 전국 곳곳 동파·교통사고 속출

대설·한파 피해 잇따라

제주공항 470편 중 6편만 정상 운항
18일 오전 기준 최대 30㎝가량 눈
전남·전북 등 수십개 항로 통제
제설작업 제때 안 돼 전도 사고도
위례 일대 아파트 4000세대 정전
강남서 길 건너던 초등생 참변

18일까지 며칠 동안 역대급 폭설에 강력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 등을 중심으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고, 여러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일부 국립공원 탐방로와 주요 도로 구간이 통제되기도 했다.

넘어지고… 깨지고… 강력 한파에 폭설이 몰아치면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고 동파 신고가 잇따르는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 당진∼영덕 고속도로에선 지난 17일 버스가 승용차와 부딪친 뒤 옆으로 쓰러졌다(왼쪽). 오른쪽은 18일 서울 강북구 북부수도사업소의 한 직원이 동파된 수도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대전=연합뉴스·이재문 기자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제주공항은 전날부터 내린 폭설로 수백 대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이날 운항이 계획됐던 470편 중 국내선 6편만이 정상 운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산지와 남부 중산간에는 대설경보, 그외 제주도 전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제주도 육상 전역에는 강풍주의보, 해상에는 풍랑경보가 발효됐다. 폭설로 이날 오후 1시15분쯤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보행자가 병원에 이송되는 등 눈길 미끄러짐 사고로 14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한라산에만 삼각봉 31.3㎝, 사제비 30.4㎝, 남벽 27.5㎝ 등 최대 30㎝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다. 전남에서도 영광 16.3㎝를 최고로 무안 해제 15.5㎝, 함평 월야 14.5㎝, 광주 광산 13㎝를 기록했다.



대설특보가 내려지면서 광주공항(12편)과 무안국제공항(4편)의 국내선 항공편이 운항을 취소하거나 결항했고, 군산공항 역시 오전 항공편이 결항했다. 대설특보와 강풍·풍랑특보가 발표된 전남과 전북, 제주에선 바닷길도 끊겼다. 전남에선 54개 항로 88척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으며, 전북서도 군산∼어청도와 군산∼석도 등을 오가는 4개 항로가 전날부터 통제됐다. 제주와 진도, 상추자도를 잇는 여객선 4편도 결항했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18일 밤 제주국제공항 출발층에서 승객들이 상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설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전남 보성군 회천면 한 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전도되고, 벌교읍에선 차량이 눈길에 굴렀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경상을 입은 운전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이 눈 쌓인 오르막을 오르지 못해 소방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는 등 이날 오전까지 9건의 사고·구조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대전·충청권에서도 뱃길과 하늘길이 통제되고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정오 기준 충청 지역엔 전날부터 15㎝ 안팎의 눈이 내리면서 곳곳에서 사고가 속출했다. 앞서 17일 오후 9시16분쯤 충남 공주시 이인면 천안논산고속도로 하행선에서 고장으로 갓길에 정차한 25t 화물차를 트레일러가 추돌했다. 이 충격으로 트레일러에 실린 컨테이너 4개가 도로에 떨어졌고, 뒤따라 주행하던 고속버스가 컨테이너를 뒤에서 받으면서 40대 버스 기사와 버스 승객 2명 등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파로 전국에선 동파 신고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신고 접수된 계량기와 수도관 동파 피해는 각각 52건, 9건이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날 대설특보가 내려진 충남 예산군 고덕면 당진∼영덕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은 당시 10.5㎝의 눈이 쌓인 상태였으나, 대설·한파로 인한 인명 피해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제주 서귀포에서 오후 7시쯤 강설로 고립된 차량이 1시간 후 구조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빙판길 낙상환자 이송, 차량 미끄러짐 사고 등에 대한 54건의 안전 조치를 완료했다.

17일 오전 9시께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산행을 가려던 산악회 버스가 당진~영덕 고속도로 서산방향 예산 고덕 부근에서 승용차와 부딪혀 버스가 옆으로 넘어졌다. 산악회원들이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에선 횡단보도를 건너던 12세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40대 버스기사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7일 오전 9시10분쯤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12세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장소는 스쿨존 시작 지점에서 불과 8m가량 떨어진 곳으로, 아이는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당시 도로는 새벽부터 내린 눈이 쌓이면서 미끄러운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음주나 신호 위반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파에 정전도 발생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일대 아파트 4000여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정전은 아파트 단지별로 짧게는 15분, 길게는 2시간가량 지속됐다. 일부 단지에는 정전으로 수돗물 공급도 일시 끊겼다. 소방 당국은 정전으로 멈춘 승강기 4대에서 시민 5∼6명을 구조했다. 위례신도시의 한 거주자는 “텔레비전이 안 켜지고 정수기가 꺼지는 등 아무것도 안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파트 자체 차단기가 동작해 정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강원 미시령 옛길, 충남 질고개, 전남 두목재 등 전국 지방도 11개소가 통제됐으며, 7개 국립공원 77개 탐방로가 막혔다. 여객선 57개 항로, 77척이 풍랑에 의해 통제됐고 제주 50편 등 항공기 109편이 결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