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거대 노조의 재정운용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에 나선다. 한덕수 총리는 그제 당정협의에서 “노조 재정운용의 투명성처럼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현행 노조법 25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6개월에 1회 이상 당해 노동조합의 재원 및 용도, 주요한 기부자의 성명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내용과 감사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감사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선임하다 보니 ‘사문화’된 조항과 다름없다.
현재 노조 외부에서 재정을 들여다볼 근거는 없다. 노조법에선 조합원이나 행정관청이 노조의 회계 결산 결과에 대한 자료 열람만 청구할 수 있을 뿐 회계감사·회계장부 등 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노조들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한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내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노총만 해도 2019년 기준 101만명의 조합원으로부터 조합비를 받고 있지만 사용처에 대해서는 ‘깜깜이’다. 민노총 연간 예산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별노조 중 규모가 큰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연간 예산 규모가 300억∼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합비를 둘러싼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민노총 전 노조 지부장은 조합비를 횡령해 지난 4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 한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조합비 1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