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천명 사망해도… 중국 "코로나19 사망자는 2명" [특파원+]

위드코로나 전환 후 감염자 폭증… 화장시설도 감당 안돼
“사망자 거의 나오지 않는 당국 발표 어떻게 믿냐” 의혹 제기
習 체제 우월성 위해 '제로 코로나' 강조… 사망 급증시 민심 이반 우려

위드 코로나로 급전환한 중국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는 당국의 발표에 의혹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등에 따르면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던 지난 3일 2명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나온 이후 15일 만인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신규 감염 사망자가 2명 발생했다. 지난 7일 위드코로나 전환 후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당국은 아울러 지난달 19일 이후 지금까지 한 달간 14억 인구 중에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11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9일 중국 베이징의 한 발열 전담 병원에 한 환자가 구급차로 도착해 들것에 실려 내리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2명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급전환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베이징의 경우 병원과 장례식장, 장례 관련 업체 모두 사망자가 폭증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홍콩 명보는 베이징에서 지난 17일 하루에만 2700여명이 집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폭증한 것이 분명한데도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인구 700만명 수준인 홍콩의 경우 올해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800명에 달했다.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오미크론 창궐에 따른 감염 절정기에 100만명당 3∼6명의 사망자를 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샤프너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면 통상 1∼2주 이내에 관련된 사망이 급증한다”면서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적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통계 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셈이다.

 

중국 당국은 오히려 화장장, 장례식장 등의 직원들을 불러 사망자 증가에 대한 ‘발설’책임을 묻고 있다. 통신은 베이징의 화장 시설에는 경찰 병력이 주둔해 외신을 포함한 언론 기관의 출입을 통제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사망자와 관련된 얘기를 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사망자가 급속히 늘었음에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당국의 발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SNS)에는 광시좡족자치구에 사는 한 여성이 최근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12일 당뇨병을 앓던 프로축구 선수 출신 30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으나 당국의 코로나19 사망 사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왜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통계에 쉬 양의 사례가 포함되지 않았느냐”며 “감염자가 줄고, 사망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당국의 발표를 어떻게 믿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서방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속출했을 때도 그 수치를 정확하게 공개하며 경각심을 심어줬다”고 꼬집었다. 

 

경제 매체 차이신에서는 최근 국무원 발표를 인용해 코로나19 감염 사망 통계에 대해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이고 사망한 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지에 따라 코로나 관련 사망자와 비코로나 사망자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관련 사망자의 임상적 특성이 ‘현저하게’ 변화해야지만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한다는 것으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닌 기저질환이나 다른 질병으로 진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가족들은 코로나19 사망시 장례를 치를 때 별도의 절차로 이어질 수 있고, 지역 장례 풍습을 따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사망자의 분류를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 역시 정치적 이유로 사망자 통계를 왜곡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독재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이 코로나19 감염으로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해왔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인명 중시를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이유로 주장해왔던 당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준비가 안된 채 정책을 시행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사망자가 급증한다는 통계를 발표할 경우 심각한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등하는 가운데 19일 저장성 항저우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저장성은 내년 1월 중순께 감염자 수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항저우 AFP=연합뉴스

오히려 경제 정상화에 무게를 둔 듯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점점 더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전날 코로나19 감염자가 자가격리 7일 후 체온이 정상이면 음성으로 전환된 PCR 검사나 신속항원 검사 결과 없이도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충칭시는 심지어 경증자도 방역 조치를 잘한다는 전제로 출근해도 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