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주변에서 성찰의 뜻이 담긴 단어들이 사라져버린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행동거지를 삼간다는 ‘신독’이나, 하루 세 번 세 가지를 반성한다는 ‘일일삼성’ 또는 발밑을 조심하며 걷는다는 ‘조고각하’를 외며 자신을 돌아보고 길을 살폈다. 이들 단어 말고도 이름과 신분에 걸맞아야 한다는 ‘∼답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답다’는 공자의 정명론에서 기인한 것으로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를 강조한 말이다. 공자는 그렇게 되도록 인도하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이 ‘∼답다’는 한 존재의 실재를 넘어 공동체 유지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어떤 한 개인이 자신의 정명에서 벗어나면 주변 사람들이 그만큼 힘들어지거나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한데 사라진 그 단어들의 자리에 혁신이나 창의, 도전과 같은 개인이나 조직의 능력을 요구하는 단어들이 들어찼다. 그와 때를 같이해 서로 간의 경쟁도 가속되었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여러 가지 병리 현상도 늘었다. 욕심껏 가지지 못한 데서 오는 열패감과 상실감, 우울감은 늘어난 반면 부끄러움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줄었다. 하긴 감사가 줄고 우울감이 늘어난 것이 꼭 그 단어들이 사라져서만은 아니다. 기실 그 단어들이 사라져서라기보다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고요히 침잠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