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휩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설립한 프로덕션에서 만든 ‘아메리칸 팩토리(American Factory)’다. 미 오하이오주의 퇴락한 자동차 공장 부지에 들어선 중국 투자 기업 ‘푸야오글라스아메리카’에서 벌어지는 미 근로자와 중국 경영진의 갈등을 다뤘다. 오랜 실직 생활 끝에 일자리를 얻은 기쁨도 잠시, 강도 높은 근로 환경과 노조에 반대하는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인은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노조가 생기면 공장 문을 닫겠다”던 차오더왕(曹德旺) 회장의 선택은 공장 자동화. 기계화 작업을 둘러보는 차오 회장에 중국인 직원이 말한다. “이걸 올해 하나 더 넣으면 2명, 4명 자를 수 있습니다.”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3억7500만명이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푸야오글라스아메리카는 2018년부터 흑자를 기록 중이다. 약 2200명의 미국인 노동자와 200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다큐 마지막을 장식한 자막이다. 이 회사는 2021년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유리 공급 업체가 됐다. 윌리 시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1월 포브스에 푸야오글라스아메리카가 공장 자동화를 기반으로 현지 자동차 기업 수요를 적시에 충족하면서 매출, 고용을 늘린 ‘미국 회사’(American company)로 성장했다고 썼다.
다큐는 미국과 중국의 상이한 기업 문화에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마지막 자막처럼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법한 차가운 현실을 담았다. 업무 자동화로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빨리 사라지느냐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라도 노동 현장이 지금과 크게 달라진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가장 큰 변화가 일자리 양극화다. 대체가 가능한 틀에 박힌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숙련 근로자와 단기 계약직 같은 저임금 근로자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근로 환경이 천양지차다. 청춘을 저당 잡혀가면서 대기업, 정규직의 좁은 문을 뚫으려는 청년 세대 심경이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