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진실규명해 달라”… 우상호 “책임 명확하게 따질 것”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국조특위 첫 현장조사

첫 조문 시민 “지금부터 철저히 조사해
돌아가신 분들 억울하지 않도록 해야”

극우 성향 유튜버 혐오 발언 이어지자
유족 측, 별도 분향소 마련 요청하기도

여야 위원, 호텔 옆 골목길서 조사 개시
서울경찰청선 허술한 대응 집중 질타
김교흥, 핼러윈 보고서 삭제 관련 질의
김광호청장 “제가 알 수 있는 입장 아냐”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출석 불응 논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실시된 21일, 가장 먼저 희생자 합동 시민분향소를 찾은 이는 강원 인제 출신 일용직 노동자 안대중(53)씨였다. 서울 용산 녹사평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오전 7시쯤부터 눈을 맞고 서 있던 그는 8시 조문이 시작되자 희생자들 영정 앞에 향을 올렸다.

 

안씨는 여야 대립으로 국정조사가 늑장 개시된 것을 두고 “국회의원들이 만약 본인들 자식이 그 상황이었어도 이랬겠나”라며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조사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억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사현장서 설명 듣는 특조위원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 현장조사에서 임현규 용산경찰서장(오른쪽)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정조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 특조위원들이 일괄 사의 표명을 해 하마터면 야당 의원들 주도 ‘반쪽짜리’가 될 뻔했다. 전날 국회에서 유족 대표를 면담한 국민의힘이 특위에 복귀함에 따라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올랐다. 특위 위원 중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기자에게 “국정조사가 많이 늦어진 만큼, 오늘부터 현장조사를 필두로 시작되니 하나하나 따박따박 점검할 것”이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해 뭐가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그리고 철저한 진상은 어떤 것인지를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 최헌국 목사는 별도 분향소 마련을 국회에 바란다고 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 등의 날 선 발언이 거의 매일 눈앞에서 날아오는 2차 가해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최 목사는 “이것은 숨진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 문제부터 정리해주는 것이 국정조사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분향소 앞에선 보수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특조위원들이 오전 9시30분쯤 분향소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국정조사 진상규명’이라고 구호를 외쳤고, 이따금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라”라고 촉구하는 외침도 나왔다. 조문을 마친 위원들은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우상호 특조위원장은 “지금부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얼마나 고통스럽게 얼마나 아프게 유명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서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따질 것”이라고 했다. 한 유족은 “살려내라”며 “제발 하루라도 같이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태원파출소 조사 과정에선 경찰 관계자들이 한때 유족들의 출입을 막아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한 경찰관은 “이러면 조사 방해”라고 했다. 우 위원장은 뒤늦게 파출소 출입이 허용된 유족 측에 “현장조사는 당시 현장 지휘했던 이들에 대한 조사 목적”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위원들은 파출소에 이은 서울경찰청 조사 과정에서 참사 당일인 10월29일 허술했던 경찰 대응을 집중 질타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대규모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 차례 오면 당연히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핼러윈 관련 위험분석 보고서가 삭제된 경위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질의했다. 김 청장은 “제가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고 이지한씨 부친)는 김 청장을 향해 “김광호씨, 그럼 당신이 여기 앉아서 하는 일이 뭡니까”라고 소리쳐 제지를 받았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인파를 도로에서 인도로 유도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현 서울청 대기발령)은 특위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청장은 “현재 병가로 돼 있고, 본인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전해왔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본인이 안 나오고 싶으면 안 나와도 되는 건가”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우상호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회의실에서 현장조사를 하는 가운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청을 끝으로 현장조사를 마친 특위는 오는 27, 29일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검경 등으로부터 기관보고를 받는다. 청문회는 내년 1월2, 4, 6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