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조속한 확보’ 문구만 추가… ‘K택소노미’ 사실상 초안대로 확정

환경부, 2023년부터 개정안 시행
전문가 “그린워싱 방지 취지 무색”

환경부가 원전을 ‘녹색’으로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확정했다. 지난 9월 초안 발표 당시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비해 원전 인정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고준위 방폐장의 ‘조속한 확보’라는 다섯 글자만 새롭게 추가된 채 사실상 초안 그대로 확정됐다.

22일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 개정안을 확정해 23일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한 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K택소노미를 처음 발표하고 지난 9월 원전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적용 시점을 EU택소노미(2025년)보다 6년 늦추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시점도 명시하지 않아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EU는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 운영 세부 계획이 있어야 원전을 친환경으로 인정한다.

확정안에는 ‘고준위 처분시설의 조속한 확보 및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라고 담겼다. 초안과 비교하면 ‘조속한 확보’라는 문구가 추가됐을 뿐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조속한’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들어감으로써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방지한다는 택소노미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정치적 부담감 속에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의 원자력 에너지 부분. 9월 발표된 초안에서 ‘조속한 확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환경부 제공

익명의 또 다른 전문가는 “학계 의견 수렴 당시 전문가 6명 중에 5명이 원전을 지지하는 친원전 인사였다”며 편향성을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자력 전문가 간담회에서 그렇게 구성됐던 것”이라며 “원전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와도 간담회를 가져 찬반 양론을 균형 있게 듣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원자력 연구에서 환경 개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동위원소 생산전용로’와 ‘우주용 (초)소형원자로’가 제외됐고,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재난 방지 및 기후 예측 시설’은 녹색경제활동으로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