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자리를 지켜왔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이 유가족과 이태원 일대 상인 등의 합의를 거쳐 참사 53일 만에 철거됐다.
22일 오후 이태원 참사 시민자율봉사단원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추모공간에서 해산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서 자율봉사 책무를 공식적으로 마친다”고 밝혔다. 시민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참사 직후부터 추모공간을 자발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들은 “유가족협의회가 결성됐고 49재도 지났다”며 “지역 상권 회복과 국민화합을 기대하면서 모든 자원봉사 활동을 마친다”고 말했다.
이날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골목 벽면에 붙어있는 메시지들도 정리됐다.
1번 출구 앞에 쌓였던 추모품은 전날 유가족과 이태원 상인들이 녹사평역 인근 합동분향소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정리가 완료됐다. 일부 추모품은 유족 측 법률 대응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임시 보관 중이다.
유족과 상인, 지역 주민 등이 정리를 시작하면서 이태원역에 쌓였던 국화와 추모 메시지, 소주병 등은 차곡차곡 상자에 담겼다.
추모 공간 철거는 앞서 이태원 일대 일부 상인들과 주민들이 지난 13일 “지역 상권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면서 서울시와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에 새로운 기억공간을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며 결정됐다.
당초 유족 측에서 성탄절 전까지 옮기기로 합의했으나 지난 17일 일부 상인들이 추모 물품을 직접 정리하기 위해 모이는 등 반발해 일찍 철거가 이뤄졌다.
유족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대체할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요구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측은 “시민들의 마음만큼 높게 쌓인 조화와 추모물품들, 위로가 담긴 추모 메시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에 물품을 보존하고, 이태원역 1번 출구가 모두를 위한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 시민대책회의가 재단장 정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