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지원금 준다” 현혹… 알고 보니 깡통전세 불법 중개

#1. 공인중개사가 아닌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 A씨는 사회초년생에게 신축빌라 전세계약을 시세보다 비싸게 체결토록 했다. 이사비용과 전세대출 이자 지원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주겠다고 현혹했다. 계약서는 다른 공인중개사가 대필했다. 전세계약 후 임대인은 빌라를 100여 채 소유한 새 집주인에게 해당 빌라의 소유권을 넘겼다. 이후 이 빌라는 발코니확장 불법건축물로 등재됐다. A씨는 전세 중개 성공 대가로 건축주로부터 1000만원을 챙겼으며, 피해자는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2. 개업공인중개사 C씨와 소속공인중개사 D씨는 임대인으로부터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많은 대가를 받고 신혼부부 임차인에게 전세계약을 중개했다. 이 주택은 선순위 세입자만 10세대로, 약 9억2000만원의 전세보증금과 약 6억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이 주택의 경매 감정평가금액은 13억원, 매각 금액은 13억2000만원이었지만, 이들은 건물 시세가 18억~20억원 정도 된다며 신혼부부를 안심시켰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총 2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올해 초 주택은 경매로 매각됐고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뉴시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깡통전세를 불법알선한 공인중개사 등 5명을 적발해 검찰해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깡통전세는 통상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실거래 매매가보다 높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전세 형태를 말한다. 이번 깡통전세 불법중개 수사는 전세가율이 높은 강서구 등 신축 연립다세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9월부터 4개월간 시민들의 제보와 서울경찰청 정보공유를 통해 진행됐다. 수사결과 상당수 깡통전세가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이 깡통전세 위험이 큰 줄 알면서도 성과 보수 등을 받기 위해 불법중개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 민사경은 지난해 하반기 집값 상승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이른바 ‘로또단지’로 불렸던 강동구와 성북구 소재 인기청약단지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도 수사를 벌여 부정청약 당첨자 4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특별공급은 장애인, 국가유공자, 다자녀, 신혼부부, 생애 최초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 중 무주택자의 주택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적발된 부정청약 특별공급 유형은 △기관추천 2명 △신혼부부 1명 △노부모부양 1명 등이다. 이들은 서울 거주 청약자격을 얻거나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도 않는 친구 집, 원룸, 오피스텔 등에 주소만 옮긴 후 특별공급에 청약해 당첨됐다.

 

실례로 제주도에 거주하는 F씨는 주민등록만 서울 친구 집으로 옮겨 서울주택 청약 자격을 얻은 후 기관추천으로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생후 3개월 된 쌍둥이와 3살 된 아이 등 세 자녀가 있음에도 혼자 서울 지하 미니 원룸에 위장 전입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된 사례도 있었다.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해 깡통전세를 불법중개하다 적발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주택법을 위반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하는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분양계약은 취소되며 향후 10년간 청약이 제한될 수 있다. 시는 부동산 불법행위 관련 범죄행위를 발견하거나 피해를 본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스마트폰 앱, 서울시 누리집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으며, 제보자는 조례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김명주 시 민사경 단장은 “내년에도 부동산 침체에 따라 깡통전세 관련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범죄에 대해 강도 있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