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1%P 찔끔 인하로 경제 활성화 기대할 수 있겠나

윤석열정부 첫 예산 3주 늑장 처리
巨野 몽니로 경제정책 차질 불가피
정치권이 기업들 발목 잡아선 안 돼

여야가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21일이나 넘긴 늑장 처리다.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과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모두 넘긴 채 처리된 건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여야는 그제 예산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양측이 막판까지 첨예하게 맞섰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은 정식 예산에 반영하되 50% 감액했다. 야당이 요구해 온 지역사랑상품권과 공공임대 예산도 일부 책정했다.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나 초유의 준예산 사태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각종 기업 활성화 대책이 크게 뒷걸음질 친 건 아쉽다.

 

2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634조5000억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이 재석 273인, 찬성 251인, 반대 4인, 기권 1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법인세율이 전체 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선에서 미봉에 그친 게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면서 반대했다. 결국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과세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최고 세율을 1%포인트 내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2%보다 3%포인트 가까이 높다. 이 정도 찔끔 감세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인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반도체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이상은 내려야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재계가 간절히 요청했던 법인세 인하가 ‘무늬만 인하’에 그치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 업체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나중에라도 법인세 최고 세율을 더 인하해야 할 것이다.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세액 공제와 인센티브도 과감하게 제공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내년도 예산은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펼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169석의 거대 의석을 무기로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다. 윤석열정부가 새로 추진할 정책의 예산은 깎고 문재인정부 당시 만든 사업 예산은 증액했다. ‘초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이 아직도 집권 여당인 줄 아는 모양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어제 “다수당의 힘의 논리에 민생 예산이 후퇴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야당의 공세로 국정 운영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진 만큼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통령실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첫 예산인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에만 맡겨놓았지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윤석열정부가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 국정 현안을 협의하고 협조를 당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