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21일이나 넘긴 늑장 처리다.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과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모두 넘긴 채 처리된 건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여야는 그제 예산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양측이 막판까지 첨예하게 맞섰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은 정식 예산에 반영하되 50% 감액했다. 야당이 요구해 온 지역사랑상품권과 공공임대 예산도 일부 책정했다.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나 초유의 준예산 사태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각종 기업 활성화 대책이 크게 뒷걸음질 친 건 아쉽다.
법인세율이 전체 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선에서 미봉에 그친 게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면서 반대했다. 결국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과세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최고 세율을 1%포인트 내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2%보다 3%포인트 가까이 높다. 이 정도 찔끔 감세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인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반도체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이상은 내려야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재계가 간절히 요청했던 법인세 인하가 ‘무늬만 인하’에 그치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 업체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나중에라도 법인세 최고 세율을 더 인하해야 할 것이다.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세액 공제와 인센티브도 과감하게 제공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