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체제 공고…‘제3지대 돌풍’ 현실적으로 어려워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등 새해 선거제 개편 가능성에 정계 안팎 관심
연합뉴스

 

계묘년 새해에는 전국 단위의 굵직한 선거는 없다. 그러나 약 1년 4개월 남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때문에 정치권은 본격적인 예열모드로 들어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 말에 치러지는 총선은 여야 모두에 사활이 걸린 건곤일척의 승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집권 첫해 각종 입법에서부터 연말 예산안 협상까지 여소야대 한계를 절감한 여권은 총선 승리로 국정운영 주도권을 잡아야 후반기 성과를 토대로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를 놓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2021년 재보선부터 올해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패로 위기에 몰린 야당은 총선에서 '의회 권력'까지 빼앗길 경우 존립 위기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절박한 상황이다.

 

정부 출범 이후 '거대 야당' 힘에 밀렸다고 보는 여권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내년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 중·후반∼40% 초반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전 정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 않다.

 

국정 지지율이 총선 승리는 물론이고 여당의 구심 유지와 단결의 핵심 변수라는 점에서, 총선까지 남은 1년여간 추가 상승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윤 대통령의 지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제'가 가장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원칙 대응'이 국민에게 반향을 줬다고 본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윤 대통령의 3대 개혁과제 추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 개혁 논의가 일방적·편향적이라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차기 총선 공천권과 직결된 3월초 당 대표 선거가 내년 한해 향방을 가를 핵심 중 핵심이다.

 

대선 과정은 물론 이후로 사사건건 대립하며 국정 지지율 하락의 빌미가 됐던 '이준석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당 주류 입장이 명확하다. 이 때문에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주류 간 주도권 다툼이 벌써 격화하는 분위기다.

 

권성동 김기현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친윤 후보'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고, 범친윤계 안철수 의원과 비윤(비윤석열)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총선이 가까워져 오는 연말에는 '간판급 선수'가 필요하다는 안팎 요구에 따라 대규모 개각을 거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정치권 출신인 권영세·원희룡 장관 등이 여의도로 차출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전방위적 검찰 수사로 고조된 '사법 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내 비주류 출신인 이 대표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빠르게 당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일각의 반이재명 정서도 여전히 잠재해 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극복에 성공한다면 친정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고 '총선 승리 후 정권 탈환'이라는 로드맵을 실행에 옮길 수 있지만, 반대로 각종 의혹에 대한 안팎의 의구심이 더 커질 경우 지도부 교체론이 비등해지면서 당이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3대 개혁에 대한 여론 형성이 향후 총선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여당은 경제 성과, 야당은 독주·독선 이미지 탈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비호감 대선'과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등을 돌린 중도·부동층의 향배도 관심사다.

 

양당 모두 당장은 당내 주도권 확보가 더 중요해 중도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세력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 민주당 친문·반이재명계의 분당 시나리오 등이다.

 

그러나 양당 체제가 공고해진 여건상 과거와 같은 '제3지대 돌풍'이 불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도 제3정당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물적 토대의 훼손과 양당의 전술적 측면 등으로 인해 이 수요를 수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양당 진영 정치의 폐해가 심하다고 비판하면서도 등장하지는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맞물린다면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현재 중대선거구제 도입,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위성정당 방지 법안 등을 심사하고 있다.

 

여야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빈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일말의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 10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 법안을 여야 의원 19명이 공동으로 발의했고,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은 전국을 돌며 '초당적 정치개혁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공약사항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선호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개특위 간사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활동기한인 4월 30일까지 합의 가능성이 있는 안건부터 합의하려고 한다"며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망국적 소선거구제는 안 된다'는 깊은 공감대가 있어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