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서 억류자 문제 적극적 제기해야”
전문가들은 북한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무대에서의 ‘원칙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캐나다처럼 ‘이익보호국’ 활용도”
현지 공관이 없는 국가가 제3국에 자국민 이익보호를 위탁하는 ‘이익보호국’ 제도를 활용해 우선 생사 확인과 서신교환 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캐나다가 이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케네스 배 선교사와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의 접견과 송환을 성사시켰다.
‘북한 억류자 접견을 위한 이익보호국제도 활용방안 모색(2020년)‘ 논문을 쓴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소한 북한 억류자들의 생사와 안전에 대한 확인, 가족의 서신전달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에서 이익보호국 활동 경험이 많은 스웨덴 측은 말을 아꼈다. 안드레아스 벵트손 주평양 스웨덴 대사 지명자는 한국의 이익보호국 지정 가능성과 북한 억류자 문제에 관한 입장을 묻는 세계일보의 서면 질의에 “귀하의 관심을 이해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기회를 정중히 거절한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서울과 평양에 공관을 둔 대사관 모임인 ‘한반도클럽’과 ‘평화클럽’ 회원국들도 같은 취지의 질문에 대부분 “답변할 수 없다(멕시코)”거나 “질문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다(뉴질랜드·포르투갈)”고 했다.
◆인적 교환 방식 검토, 현행법 위반 여부 논란도
최근 러시아에서 마약 혐의로 징역 9년형을 받은 미 여자 농구 스타와 미국에서 징역 25년형을 받은 러시아 무기상을 맞교환한 사례처럼 북한 억류자를 비전향 장기수 등과 맞교환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고향인 북한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의 북한 방문을 허용하는 대신 우리 국민 몇 사람이라도 데려오기 위한 협상을 북한에 제기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수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변호사)은 “1993년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씨의 송환 당시 방북 기간을 법령상 최장기인 1년6개월로 하고 기간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해결했고, 2000년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송환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전향장기수의 북송은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국가보안법 제6조 잠입·탈출죄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국가보안법, 남북교류협력법, 통치행위 등 관점에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방법론 측면의 주문도 있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는 “인적 교환이 가장 현실적인데 여론에 휘말리지 않고 북한이 응할 사람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과거 북한이 요구하거나 했던 명단이 있다. 이를 활용해 물밑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한 특수관계, 직접 대화 포기 말아야”
남북한 양자 대화를 통한 직접 해결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남북 대화가 없는 것이지 북한에 정부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채널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억류자 가족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전수미 이사장은 “북한의 인질외교를 이해하고 억류자 문제를 우선순위로 해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억류자 문제 해결 요청과 송환을 강하게 요구하면 북한은 협상 상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억류자가 풀려난 사례가 없다”며 “남북관계가 좋아야 논의가 되고 그 속에서 해법이 나온다. 남북관계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북쪽하고 대화하고 협상을 해서 북한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