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26일 휴전선을 넘어 5시간 동안 한국 영공을 비행했지만, 우리 군은 탐지·격추를 포함한 대응 작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2014년 3∼9월 경기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북한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된 직후 군은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기관포 100여발을 쏘고도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한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관련 상황이 제때 전파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목격 제보가 나오고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이착륙 중단 소식이 전해졌지만, 군은 지역 주민들에게 통보를 하지 않았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북한 무인기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면서 추적과 감시를 하다 보니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관련 지역 주민들에게는 알렸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작전상 상황 공유가 제한된다면, 적어도 그 지역 주민에게라도 상황 설명이나 최소한의 경보가 있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4일 한·미 연합훈련 도중 우리 군이 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강릉 공군기지에 낙탄해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군은 이를 제때 알리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고, “주민 안전보다 작전이 우선인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군의 초동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군은 격추 시도 과정에서 민간 피해를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온 직후 민간 거주지역까지 남하하기 전에 최단시간 내 조준사격을 실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무인기 파편의 지상 낙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면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범위를 줄일 수 있다.
공중전력 위주로 무인기 격추 작전을 진행한 것도 의문이 제기된다. 초음속 전투기나 프로펠러 경공격기는 무인기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격추 과정에서 공격헬기만 실탄사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무인기를 격추하는 과정에서 지상의 국지방공레이더와 대공포 부대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두고 지상부대가 관측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은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적 무인기의 도발에 대비해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 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자산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며 “주기적으로 합참 차원에서 통합된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무인기가 생화학무기를 운반할 수 있어 한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임을 경고하면서 한국군의 대응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5년 전보다 더 정교한 무인기를 보유한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한이 무인기 수백 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만큼 한국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