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수출 “6800억달러 이상 달성”, 장밋빛 전망 그쳐선 안 돼

정부의 수출 전망이 오락가락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23년 수출 목표치를 올해 수준인 6800억달러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수출 플러스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장밋빛 전망이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4.5%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무리 정책 의지를 반영했다지만 부처마다 격차가 너무 크다. 이래서는 정부 신뢰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뉴시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연간 무역적자도 사상 최대인 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인데 이런 추세가 내년에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대내외에서 고금리와 고물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경기둔화 등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전망보고서에서 수출 4% 감소와 138억달러 무역적자를, 산업연구원도 수출 3.1% 감소와 266억달러 무역적자를 예상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내년 수출은 13대 주력 산업 중 4개를 빼곤 모두 쪼그라들고 반도체, 석유화학, 정보통신기기, 석유화학, 철강의 감소 폭이 4.9∼14.2%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10대 주력 업종의 설비투자를 100조원, 외국인투자 유치 규모도 300억달러 이상으로 설정했는데 미덥지 않다. 국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내리고 전체 수출 중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세액공제비율도 8%에 그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인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치 21.2%를 크게 웃돈다. 미국과 대만 등 경쟁국들은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25%까지 확대하고 막대한 보조금까지 뿌리는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 기업 설비투자나 외자 유치 활성화를 기대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체코·필리핀·영국 등 원전시장 개척과 방산·플랜트 수주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정도로는 2026년 5대 수출 강국의 꿈이 실현되기 힘들다. 이제 대내외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수출 총력전에 돌입할 때다. 신산업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획기적인 규제 혁파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과도한 대중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수출국을 아세안·인도·호주·유럽·중동·남미 등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