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쪼그라들면서 이달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4개월 연속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는 74로, 11월(75)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20년 10월(74)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체 산업의 BSI는 지난 7월 80에서 8월 81로 올랐지만,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지수화한 수치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100을 밑돌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수요도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체감 업황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내년 1분기 경기 전망 지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년 전 수준으로 나빠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보다 7포인트 하락한 74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 1분기(75)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는 추세였다면, 현재는 지난해 3분기를 정점으로 6분기 연속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며 하락세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 자금 조달 여건 악화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지정학 리스크,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 위축 등 대외 요인까지 겹쳐 새해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 특수가 이어지는 제약(104)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BSI가 100을 넘지 못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60), 정유·석화(64) 업종은 특히 부진했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유가 변동성에 고환율이 더해져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주요국의 소비는 둔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가전(68), 철강(68), 기계(77) 등 수출 주력 품목도 전망이 어두웠다.
공인회계사들도 올해 4분기 체감 경기가 전 분기보다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이날 발표한 ‘공인회계사가 본 경기실사지수(CPA BSI)’에 따르면 올 4분기 경제 현황 BSI는 60으로, 직전 분기(74)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3분기(57) 이래 최저치로, 올해 2분기 이후 기준치인 100을 계속 밑돌고 있다. 회계사들은 내년 1분기 역시 글로벌 긴축 기조와 경기 둔화 등으로 경기 악화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