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28일 발표한 첫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지역 내에서 한국이 처한 독특한 외교적 입지와 딜레마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보편적 가치'를 함께하는 동맹이지만, 중국과도 밀접하게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정면 대립하기 어려운 현실이 한국 인태전략에도 담겼다는 평가다.
한국이 인태 전략을 수립한다고 했을 때 핵심 관심사는 미중 경쟁 격화라는 현실 속에서 중국을 어떤 행위자로 규정하느냐였다. 한국보다 먼저 인태 전략을 발표한 국가들도 각자 국익과 입장에 따라 다양한 대중국 관점을 전략에 담은 바 있다.
외교부 인태전략 태스크포스(TF)장인 최영삼 차관보는 이날 오후 주한 외교사절 등 대상 설명회에서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 지역 구축을 위해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역내 유사입장국 소다자 협의체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한·미·호 3자 및 A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협력 확대, 쿼드(Quad)와 협력 접점 확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파트너십 발전 등이 구체적 계획이다.
최 차관보는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을 위해 "우선적으로 내년 미국과 공동 주최할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태지역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집중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태전략에는 아세안 국가들에 해군 함정 등 군수물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계획도 담겼는데 역내 중요한 현안인 남중국해 등 해양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한국 정부의 인태전략 발표 직후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발표로 한미 및 한미일의 인태전략이 더욱 동조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엿보인다.
다만 한국 인태전략에는 안보 논리에 따른 '경제 블록화' 흐름 속에서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을 강조하려고 한 흔적도 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질서 구축에 앞장서면서 경제문제가 과도하게 안보화되지 않도록 공조해 나갈 것",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인태 지역 경제 협력체계를 조성하는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명시한 부분 등이다.
미국은 안보와 가치, 경제가 분리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통제 등을 적극 추진 중인데 한국이 앞으로 이에 어떻게 협력할지 주목된다.
이처럼 고심 끝에 마련된 한국의 인태전략은 해석하기에 따라 서로 양립이 어려울 수 있는 목표들이 함께 담긴 측면도 있다. 앞으로 실제 이행이 더욱 까다로운 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의 인태전략이 "포지티브한 전략"이라며 "인태전략을 발표한 나라들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 발굴해 같이 나아간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설명회 패널로 참석한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한국 인태전략이 포괄적 자유, 인권 등 가치 규범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외교부에서 구성할 인태전략 이행 TF가 "이런 부분을 꾸준히 설득,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국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견제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중요 가치를 기본으로 역내 상호 협조를 기반으로 한 제도화에 가장 큰 힘을 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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