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쌈짓돈’ 민간단체 보조금, 감시망 강화로 혈세 누수 막아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어제 발표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지난 7년(2016∼2022년)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보조금은 41조4166억원에 이른다. 2016년 3조5571억원이던 보조금은 올해 5조444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보조금 지원단체수도 2016년 2만2881개에서 2만7215개로 4334개 늘었다. 문재인정부 시절은 더 심각했다. 2017∼2021년 5년간 정부 보조금은 22조4649억원에 달했다. 매년 평균 3555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통계에서 빠진 지방자치단체나 시·도 교육청, 공공기관 지원금까지 감안하면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 것이다.

반면 7년간 적발된 문제사업은 고작 153건으로 34억원만 환수됐을 뿐이다. 최근 ‘윤석열퇴진 중고생 집회’를 열어 서울시로부터 등록이 말소된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보조금을 마치 ‘쌈짓돈’처럼 유용하거나 횡령하고 회계부정을 저지른 단체가 많았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각각 식비 이중지급, 국외출장 여비 부적절 지급 등 회계부정이 적발됐다. 세월호 지원금이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와 북한의 신년사 학습 등에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오죽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ATM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겠는가.



민간단체는 자발적·독립적 활동을 통해 권력을 감시하는 한 축이다. 정부·정당 등과 유착해 관변 단체처럼 활동하는 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태다. ‘코드 지원’은 더 큰 문제다. 문재인정부 때는 진보 단체 지원이 급증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보수 단체 지원도 늘었다. 대통령실이 “문재인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보조금이 꾸준히 늘었다”고 한 건 올바른 인식이다. 시민단체 평가 기준에 진영 논리가 개입해선 안 될 것이다. 정권 성향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보조금 선정·지원 기준이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각 부처 보조금 집행 현황을 감사하고 보조금법 관리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부터 시민단체 1716곳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도 진행 중이다. 비리가 드러나면 지원 중단·환수 등 엄중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민간단체도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성실하게 소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단체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첫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