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비확산 협력 등 9개 과제 설정 중국 인권 문제 등에 목소리 내고 정교한 로드맵 짜 실효성 높여야
윤석열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 최종본이 어제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3대 비전(자유·평화·번영)과 3대 협력 원칙(포용·신뢰·호혜)을 골자로 한 인태전략의 얼개를 공개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지역전략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한국은 이제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국판 인태전략은 구체적이다.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비확산 대테러 협력 강화’,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등을 9대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천명한 대로 자유·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우리의 대외전략의 핵심 요소로 채택하고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공조를 강화하고, 중국과는 ‘상호 존중’ 기반 위에서 ‘전략적 동행’에 나서기로 목표를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대중 관계다. 외교부는 “인태전략의 중요한 원칙은 포용성”이라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은 게 특이한 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특정 국가 중국은 북핵, 인권 문제 등으로 우리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며 러시아 무기 지원에 나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도 대북 제재에 반대하며 ‘뒷배’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인태전략 과제로 ‘비확산 대테러 협력 강화’를 명시한 만큼 앞으로는 중국 눈치를 보지 말고 글로벌 중추국에 걸맞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옳다. 지난 10월 우리가 미국·영국·일본·호주 등 50개국이 참여한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규탄 성명에 불참했던 실수를 반복해서도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인태전략의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과제는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태 지역의 안정과 평화는 지정학적 차원에서 우리 안보·경제의 사활적 이익이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은 필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아세안, 호주 등 역외 우방국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정교한 로드맵을 마련해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