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폭설 후 1099건 제설 민원 차 바퀴 헛돌고 골절 부상 입기도 지자체 “인력·장비 부족 제설 한계”
폭설이 그친 지 엿새째인 29일, 광주시 남구 주월동 주택가의 한 생활도로는 빙판길이다. 30㎝가량 쌓인 눈을 치우지 않은 채 사람들이 다니면서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차량 통행은 위험천만하다. 바퀴가 헛돌면서 자칫 다른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보행자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북이 눈이 쌓여 있는 인도를 피해 차도로 다니면서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다.
최근 광주에 내린 폭설로 쌓인 눈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서 생활도로와 골목길, 보행로를 다니는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날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제설 관련 민원은 모두 1099건이 접수됐다. 집계되지 않은 민원을 더하면 실제 접수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광주 북구 서산초등학교 인근 생활도로는 쌓인 눈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눈썰매장’이 됐다. 출퇴근 시간대 차량이 마주 달리지 못해 평소 5분 거리가 20분 이상 걸리면서 지각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생활도로의 빙판길을 다니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 광주 남구에 사는 김모(52)씨는 “퇴근길에 조심히 인도를 걸었지만 빙판길에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며 “왼손목 쪽에 골절상을 입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생활도로까지 제설 작업을 하기에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는 굴착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와 제설제 등을 연일 투입하며 제설 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때문에 내 집 앞의 눈은 내가 치우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가용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제설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늑장 제설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민 박모(49)씨는 “아무리 기록적인 폭설이라지만 눈이 그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도로에 눈이 쌓여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중장비와 인력을 대거 동원해 제설 작업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생활도로의 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활도로 양쪽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를 하면서 제설차량의 제설제가 제대로 뿌려지지 않고 있다. 제설차량을 운행하는 한 자치구의 공무원은 “좁은 골목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많아 제설제를 제대로 뿌리기가 어렵다”며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하니 일일이 차를 빼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