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멈추고 거래량 늘면 주택 매수 고려할 만”

부동산 빙하기 속 투자 대처 방법

1∼11월 누적 아파트값 4.79% 하락
해 바뀌어도 2.5∼3.5% 더 떨어질 듯
전문가들 금리·규제 외부 변수 주목
반등 위해 금리 내리거나 유지 필요
세 부담 줄면 매수세 살아날 가능성

올해 부동산 시장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로, 롤러코스터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무섭게 치솟으며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던 집값이 올해 들어서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가파르게 내리막을 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빙하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내년에는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는 대신,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미래를 대비할 때라고 조언한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11월 누적 기준 4.79% 떨어졌다. 아직 이달 변동치가 합산되지 않았음에도 2003년 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후 연간 최대 하락폭을 넘어섰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이 2.02% 떨어졌고, 이달 들어선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하락폭은 7%대에 이를 전망이다.



해가 바뀌어도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과 각종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집값이 올해 말 대비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5%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 3∼4% 하락을 점쳤다.

내년 하락장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이제 시장의 관심은 언제쯤 확실히 바닥에 도달할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집값 흐름이 바뀌는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대외적 요인에 휘둘린 만큼 외부 변수에 따라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도 있고, 예상보다 빨리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를 염두에 뒀다면, 첫 번째로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금리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는 올해보다 부동산 경기가 더 침체될 것”이라며 “상황이 나아지려면 최소한 금리 하락까지는 아니어도 더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도 시장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유예조치는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다주택자 중과를 폐지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국회 세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변경되긴 했지만, 기본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리는 등 세 부담은 상당 부분 경감됐다.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팀장은 “보유세 걱정에 집을 팔려고 했던 2주택자들은 매도 시점을 연기하거나 다시 보유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절벽 상황에서 일부 급매물만 팔리며 집값 통계치가 급락하던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회수할 경우 하락세가 점차 완만해질 수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도 일부(주택담보대출비율 30% 한도) 허용하기로 했다. 집값이 충분히 내려간 시점에 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도록 미리 걸림돌을 치워놓겠다는 취지다.

금리나 규제 등의 변수와는 별개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지표가 거래량이다. 올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는 지난해 절반 수준인 54만가구 수준에 그쳤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세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생각에 수요자들이 계속 주택 구매를 미룬 영향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 변화나 주택 공급량, 부동산 규제 등은 집값 변동에 영향을 주는 선행지표라면, 거래량은 후행지표에 가깝다”면서 “금리나 다른 외부 요인이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다면, 실수요자 입장에서 다시 주택 매수를 고민해도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