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저에게 제1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이에요.”
2002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워태커 소령 역을 맡았던 외국인 배우가 있었다. 그는 주인공 김두한을 견제하는 원리원칙주의자 미군 장교를 연기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신년에 그 외국인 배우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 출신 방송인 럭키(본명 굽타 아비셰크)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달 중순 다른 17명의 외국인과 함께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럭키는 평소 방송에서 유창한 한국어와 친근한 이미지로 ‘인도 아재’, ‘인도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지난달 27일 자신의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도음식점 ‘럭키 인디아’에서 인터뷰에 응한 럭키는 애칭에 걸맞게 소탈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서울시 명예시민에 선정된 소감을 묻자 럭키는 “정말 놀라웠다. 과연 내가 그만한 자격이 있을까 생각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의 삶이 한국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일 것이라는 전언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올해는 럭키가 한국에 온 지 28년째다. 그의 한국살이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생활 대부분이 낯설었고,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방송계에서도 시련을 맞았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듯 여행사 사업, 대리석 수입 사업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방송활동도 열심히 하다가 ‘야인시대’에 출연했는데, 매니저가 출연료 2000만원을 갖고 도망갔던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려움을 겪고 난 이후부터는 방송을 줄이고 사업에 집중했다. 럭키는 “(어려움을 겪을) 당시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없으니 사기를 당했다”면서도 “돌이켜보면 그런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2023년은 럭키에게 특별한 해다. 어릴 때 본 자신의 사주팔자 풀이에서 2023년에 인생이 잘 풀린다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새해엔 생업은 물론, 한국과 인도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럭키는 “아직 한국 사람들 일부가 갖고 있는 인도에 대한 선입견을 푸는 것도 저의 역할”이라며 “문화 교류로 두 나라가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 같은 외국인 거주자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럭키는 인도에 한국어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도 했다. 럭키는 “한글 창제자인 세종대왕께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며 “인도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한국에 대해 호감지수를 높일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한국어 덕분에 아름다운 인생을 얻었다. 나도 갚으며 살고 싶다”고 할 때는 그의 눈이 더 반짝였다. 그가 한국에서 본명 대신 사용하는 별명 ‘럭키(lucky·러키)’는 자신이 태어난 후 아버지 사업이 잘 풀리자 부모님이 지어주셨다고 한다.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는 럭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새해엔 그에게 새로운 행운(러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