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가톨릭 미사에서 반드시 등장한다. 그 역사는 14세기(1309~1377년) 아비뇽 유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국왕의 힘에 눌린 로마 교황청은 남프랑스 론 강변의 도시 아비뇽에 강제 이전하게 된다. 교황 클레멘스 5세는 이곳에 포도밭 조성을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프랑스어로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의 ‘샤토뇌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와인이다. 이후 ‘교황의 와인’이라는 별칭과 함께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역대 교황들도 와인을 즐겼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후 추기경들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을 ‘오래된 와인’에 비유했다. 그는 추기경 시절부터 소규모 연회에 특별 주문을 할 정도로 아르헨티나산 와인을 즐겼다. 1984년 방한 당시 김포공항에서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춰 많은 이들에게 각인됐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늘 ‘헌정 와인’이 뒤따를 정도로 와인 사랑이 각별했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는 로마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릴 무렵 자신이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갖다 바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