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의 87%가 지방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모집은 수험생 한 명이 대학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호남이 가장 심각했다. 호남 지역 대학 23개교 중 5곳을 제외한 18개교가 경쟁률 3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하는 대학도 7곳이나 됐다. 서울에서는 4곳(5.9%), 인천·경기는 5곳(6.5%)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경쟁률 3대 1 미만인 대학 77곳 중 64곳(83.1%)이 비수도권에 있었다. 숫자는 줄었지만 비수도권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 것이다.
지방대는 장학금과 스마트기기 등으로 학생을 유인했지만 미달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광주의 한 사립대는 최초 합격자 전원에게 스마트기기 구입 비용 60만원을 지원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시모집 경쟁률은 0.82대 1로 미달됐다. “수능 점수를 보지 않는다”면서 학생 모집에 나선 대학도 있었다. 미달 대학들은 앞으로 충원 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고민이 깊다.
지방대 미달 사태는 예견된 일이다. 저출산에 따라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수능 응시생이 감소하고,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지방대들이 도미노처럼 문을 닫으면 그렇잖아도 심각한 지방 소멸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적인 해법은 대학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 장학금을 주는 등의 ‘당근’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맞게 정원을 감축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과를 없애거나 신설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최악 부실대학들은 스스로 폐교나 통폐합을 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연금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지역대학의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지역 균형발전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개선된 지방거점국립대를 포함한 우수 지방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진 폐교 시 잔여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등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