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재명계(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그제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는 당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인 만큼 ‘내가 대응하겠다’고 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과 국회의원들은 민생에 집중하고 사법 리스크는 자신이 당당하니 걱정 말라는 입장을 취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검찰 수사 대응을 당과 분리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답한 것과는 정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동안 비명계와 민주당 원로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 대표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친명계에서, 그것도 지난 대선 전부터 이 대표와 함께해온 핵심 인사인 정 의원에게서 이런 비판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내년 4월 총선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블랙홀처럼 각종 현안을 빨아들이면서 당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엊그제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은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재직 때 생겼던 문제이기에 이 대표가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지 당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민주당과는 관계가 없는 이 대표 개인의 범죄 혐의다. 이 대표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당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 정 의원의 말처럼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각종 비리 의혹들은 내가 알아서 대처할 테니 당은 손을 떼라고 정리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친명계 내 파열음이 본격화하면서 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민주당도 이 대표 문제와 거리를 둬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모레 종료되는 12월 임시국회에 이어 곧장 1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다음주 검찰 출석을 앞둔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제라도 ‘이재명 사당’이란 오명을 벗고 공당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