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가진 송년회 자리에서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성탄절과 트리 장식의 기원에 대해서였는데, 엉뚱하게도 불똥이 켈트 문화에 튀었다. 이야기는 점점 거창해져서, 결국 화두는 켈트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들의 문화는 반기독교 또는 반문명의 상징일 수도 있지 않은가까지 번졌다.
켈트 문화? 영화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판타지 소설 등에서 등장하는 켈트 문화는, ‘신비로움’이라는 단어로 압축,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문화가 서구 유럽에 전파되고 이후 서구 문명의 주축이 되면서, 켈트 문화는 이교도, 이단, 불경스러운 것 등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전락해버렸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종교를 앞세운 새로운 문화가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종교 또는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거나 그보다 우월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 잘못된 판단이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왔고, 켈트 문화권이 아닌 우리의 삶에도 이 서구 문화의 근간이 왜곡되어 소개된 건 아닌가 하는 의심과 걱정이 그날의 내용이었다. 결론은 최근 수십년간 음악을 비롯해 서구 문화의 또 다른 상징으로 켈트 문화가 재평가를 받고 있으니 우리는 걱정하지 말자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아일랜드의 서쪽 해안가에서 시작된 켈트 문화는 당시 아일랜드에 거주하던 켈트족을 중심으로 브리튼 섬, 지금의 프랑스 북부 해안과 내륙지방을 가리키는 브르타뉴,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 북부의 갈리시아 지방까지 분포되어 있던 고대 유럽 문화였다. 8세기 중반을 정점으로 퍼져 나갔던 켈트 문화는 아일랜드 왕 브라이언 보루가 1014년, 북해에서 내려온 바이킹들의 침략 때 살해되면서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1169년 노르만족의 정복으로 쇠퇴기에 접어들며, 영국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켈트 문화는 이교도들의 고대 문화로 몰락하게 된다. 20세기 중반까지 켈트 문화는 정확한 판단과 객관적 근거 없이 드루이드교와 스톤헨지로 상징되는 신비주의 문화로 그 개념이 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