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어닝쇼크’, 반도체 살리기에 여야 있을 수 없다

2022년 4분기 영업익 4조원대로 뚝
2023년 1분기 가격 15% 더 하락 전망
巨野, 세액공제 25% 확대 협조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발표)’는 충격적이다. 삼성전자는 어제 2022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0조원, 4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8%, 영업이익은 무려 69%나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1조7700억원,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전년 대비 7.93% 늘며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16%나 감소한 것이다. 실적부진은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데다 각국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전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돼 세트(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해 벽두부터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문제는 지난해 4분기 이익이 3분기에 비해 60.37%나 감소할 정도로 영업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올 상반기만 버티면 연간 매출이 다시 역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눈앞에 펼쳐진 각종 여건은 녹록지 않다. 설령 매출이 증가한다 해도 가격 하락이 예견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에 PC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데도 우리나라는 반도체 지원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세액공제율을 8%로 겨우 2% 올린 것은 한심한 일이다. 다행히 정부가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관건은 거대 야당의 협조다. 정부가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딴지를 걸지 말고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자칫 우리 반도체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등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있다. 우리와 경쟁국인 대만은 세액공제율을 종전 15%에서 25%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오는 중국도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세를 50∼100% 깎아주고, 2025년까지 1조위안을 지원한다고 하지 않던가.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전략산업이다. 반도체가 침체할 때마다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가위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기술혁신에 매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친환경 기술 제품들을 전시 테마로 삼아 호평을 받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반도체의 어닝쇼크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다. 기업과 정부, 여야 모두가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 불황의 터널을 안전하게 빠져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