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삼성·LG전자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직격탄’…상반기 전례없는 위기 오나?

반도체·가전·철강·화학 '전방위 부진'…올해 1%대 암울한 성장 전망도
뉴스1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이 각각 70%·90% 가까이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들 산업의 부진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뉴스1에 따르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산업은 한국의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실적 부진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철강·석유화학 등 그동안 국내 산업계를 지탱해 온 주요 산업도 4분기에 동반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의 전례없는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1.6%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뿐이다. 그나마 정부 예측은 나은 편이다. 한국은행(1.7%)·한국개발연구원(1.8%)·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등 주요 기관들은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예측하고 있다.

 

6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69% 감소한 것으로, 분기 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LG전자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2%나 감소한 655억원이라고 밝혔다. 잠정 매출액(21조8597억원)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0.3%에 불과하다. 실적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겨 전체 적자를 면했다는 얘기다.

 

재계에선 전자산업 전반이 전례없는 불황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두 회사의 주력인 스마트폰·가전·TV·PC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통상 4분기는 가전업계 성수기라는 점에서 이번 불황의 타격이 더욱 크다.

 

특히 전자제품 소비 감소는 이들 제품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반도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액의 18.9%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산업계를 이끌어 온 핵심 산업이다.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불황은 한국 경제의 동반 부진으로 직결될 수 있다.

 

문제는 올해다. 아직 '반도체 다운사이클(하강기)'이 한창인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D램 고정거래가격은 1년 전인 2021년 12월보다 40%, 낸드플래시는 14%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지난해 4분기보다도 15~20%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TV·가전·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 전반에서 올해 상반기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철강업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경기침체로 주요 전방 사업인 건설업·가전 수요가 둔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경제 성장의 정체도 철강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는 지난해 초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0.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에는 2.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수정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6.8% 줄어든 규모다. 4분기 현대제철은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한 18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실생활에 널리 쓰이는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PVC(폴리염화비닐)와 같은 범용 플라스틱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해 제조원가가 상승했지만 소비가 부진하면서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졌다. 석유화학사의 수익성 핵심 지표로 불리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는 지난해 톤당 2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은 300달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보다 30% 줄어든 3조6179억원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8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4분기 전망이 밝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악재를 맞았지만 하반기 들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시장 수요도 회복되면서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9145억원, 기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296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실화될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91%, 95% 늘어나게 된다. 두 회사의 매출액 컨센서스(현대차 38조2119억원·기아 23조8368억원)도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도 일본 무비자 여행 재개로 일본 노선 매출이 급격히 오르는 등 여객 사업 정상화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 적자난에 시달려온 저비용항공사(LCC)들 중 4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LCC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