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반납금을 직원 격려금으로…국립현대미술관 문제점 줄줄이 적발

갑질·막말 문제도…백남준 작품 고장난 채 전시

국내 최대 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국고에 납입해야 할 수익금을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하거나 내부 갑질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의적으로 작품을 구입하거나 전시 관련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고장난 작품을 그대로 전시하는 등 기관운영과 소장품 수집·관리 등에 다수 문제점이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이같은 내용의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6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10일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기획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현 문화재단은 지난해 9월 뮤지엄숍과 카페, 주차장 등 편의시설 수입 약 3200만원을 회계연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 30여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재단은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라 편의시설 수입을 1년 단위로 정산해 수입이 지출을 초과하는 경우 그 차액을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 문화재단 이사장은 윤범모 국현 관장이 맡고 있다. 문화재단은 자체 재무회계규정에 따라 수의 계약은 제한적으로 맺도록 하고 있지만 2020∼2022년 체결한 3000만원 이상 계약 21건 중 20건을 수의계약으로 맺었고, 4억여원 규모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조명 구입 및 설치 용역을 포함한 4건도 수의계약을 했다.

 

국현은 같은 기간 일반 구입한 작품 279점 중 26점의 가격도 일관된 기준없이 자의적으로 조정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을 가치평가위원회의 저평가 판단에도 불구하고 최고 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한 게 대표적이다. 작품 구입을 제안한 직원이 해당 심의에 참여하거나, 작품 수집 담당 부서장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가격자문위원회에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도 있었다. 

 

일부 부서장의 갑질과 막말도 문제가 됐지만 국현 내부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다음에 올 때는 한 명씩 와. 떼거지로 오지 말고”, “나가서 딴소리하면 죽여” 등 여러 직원에게 폭언을 했고, B씨는 “화장을 좀 해라”, “수준이 초등학생” 등의 외모 품평과 모욕적 언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체부는 윤 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엄중 경고했다.

 

작품 관리에도 소홀했다. 세계적 거장 백남준(1932∼2006)의 작품 ‘다다익선’을 3년에 걸쳐 복원해  놓고도 전시·관리에 필요한 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채 작품을 구성하는 모니터 10여대가 고장난 상태로 전시했다. 이번 특정감사는 지난해 국현 운영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그해 10월 24일∼11월 4일 진행됐으며, 문체부는 조치사항 16건(시정 1건, 경고 2건, 주의 6건, 통보 6건, 현지조치 1건)을 국현에 통보하고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현 관계자는 “(감사결과와 통보받은 내용을) 우리도 이제야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시정할 거 시정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감사 결과에 수긍하지 못할 경우 한 달 이내 문체부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