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의정 역사상 징계 단 7건… ‘있으나마나’ 국회 윤리특위 [심층기획]

윤리특위는 접수 창구?
제헌국회부터 20대까지 352건 접수
징계안 상당수 부결·철회·자동폐기
21대 국회 접수 34건 중 가결 1건

정쟁도구로 전락
국감 등 정치적 주도권 확보 위해
여야, 대치국면마다 경쟁적으로 제소
21대 후반특위는 위원장 선출도 못해

자구노력 전망은
김진표 전 위원장 양당에 개선안 제안
외부자문단 포함 등 독립성 강화 담아
양당제 ‘끼리끼리 문화’ 근본적 개선을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권남용 금지,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안을 제출했습니다.”

 

국회 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설명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닥터카 탑승’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신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것이다. 21대 국회 들어 34번째,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로는 12번째 국회의원 징계안이다. 그러나 9일까지 신 의원 징계안은 ‘접수’만 돼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 윤리특위가 아직 위원장조차 선출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중이라서다.

지난 2022년 12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왼쪽)과 이종성 의원이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991년 국회법에 따라 설립된 국회 윤리특위는 비상설 특위로, 의원의 자격·윤리 심사와 징계에 관한 사항을 관장한다. 하지만 접수된 징계안 상당수가 부결 또는 철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기도 하면서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리특위가 정쟁의 ‘도구’로만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싸늘한 여론에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 의원들도 앞다퉈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실현 가능성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21대 국회 들어 ‘가결’ 1건뿐

 

국회에 따르면 국회의원 징계는 징계안 발의에서 시작된다. 징계안은 의원 20명 이상이나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발의할 수 있다. 징계안이 의안과에 접수되면 윤리특위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의견을 물은 뒤, 이를 참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후 안건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가·부결이 결정된다. 문제는 징계안이 가결돼 실제 징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선 지난해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대치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맡고 있던 법제사법위원장석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유일한 징계 가결 사례다.

 

다만 김 의원 징계안은 윤리특위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본회의에 상정됐다. 당시 김 의원 징계안 표결이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한 협상 카드로 쓰인 것 아니냔 말이 나왔다.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 민주당의 ‘힘자랑’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마저도 헌법재판소가 김 의원이 신청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무위에 그쳤다. 역대 징계안 처리 현황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접수된 의원 징계안 352건 중 징계가 가결된 건 6건(1.70%)에 불과했다.

지난 2022년 4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앞두고 동료 김태호 의원과 함께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대 후반기 국회 들어선 윤리특위 구성부터가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6월30일 전반기 국회 윤리특위 활동 기간 만료 이후 수개월간 공백이 이어졌다. 여야는 느지막이 윤리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첫 회의조차 열지 못해 위원장 선출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쟁 도구로 전락한 윤리특위

 

윤리특위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꾸준하다. 여야가 대치 국면마다 상대 당 의원을 경쟁적으로 제소해놓고 정작 심사엔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행태를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이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13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윤창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같은 날 민주당 주철현·김교흥 의원, 이튿날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징계안으로 맞불을 놨다.

 

이번 21대 후반기 윤리특위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 6명씩 동수로 구성된 점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불을 지핀 한 원인이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국회 후반기 윤리특위 구성결의안이 통과된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2000년 이후 지난 22년간 거대 양당만으로 윤리특위를 구성한 경우는 없었다”며 “윤리특위를 거대 양당만으로 구성한다면 윤리심사를 회피하거나 서로 간 적대적 대립이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국회 자구노력에도 전망 흐림

 

국회도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21대 국회 전반기 윤리특위 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정기국회 기간 윤리특위 제도 개선 방안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제안했다. 해당 방안에는 윤리특위를 다시 상설화하고, 특위에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설치해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다만 여야 모두 이 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거나, 별도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정기회 본회의에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의결안이 재석 202명, 찬성 155명, 반대 16명, 기권 32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 후반기 윤리특위는 아직 위원장조차 선출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중이다. 뉴스1

의원들도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다수 발의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안은 윤리특위를 상설화하고 산하에 의원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실질적인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은 윤리특위를 폐지하고 의원 5명과 민간위원 6명으로 구성된 윤리심판원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법사위에 윤리특위의 기능을 이관해 윤리사법위원회로 개편하고 국회의장 소속 독립기관인 국회의원윤리조사소위를 설치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들 하는데, 결국은 우리나라 정치문화 자체가 동료 의원끼리는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하는 것처럼 감싸줄 수밖에 없다”며 “국회법에 의원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강제적인 조항들을 보다 세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