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당대회 앞두고 낯 뜨거운 ‘윤심’ 논란만 벌이는 與

대통령실, 나경원에 불출마 압박
관저 만찬 언론 흘리기 경쟁 눈총
퇴행 근절 못하면 민심 돌아설 것

안철수 의원이 어제 출마를 선언하는 등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캠프 개소식을 열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외환위기 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정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비전·정책은 보이지 않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만 벌어지고 있어 볼썽사납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윤심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나 부위원장이 언급한 출산 장려 정책을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공개 반박하면서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 전당대회 출마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제도 나 부위원장을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려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정부직에 임명된 지 석 달도 안 돼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나 부위원장의 행보는 적절하지 않다. 나 부위원장은 조속히 출마 여부를 결정지어 발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일 것이다. 대통령실도 자중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움직임은 당권 후보군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일부 후보를 관저 식사에 초대했다는 사실도 윤심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김 의원이 윤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비공개 관저 만찬을 한 데 이어 안 의원이 설 연휴 전후에 대통령 부부 동반 만찬에 초대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제는 윤 대통령이 최근 장남 혼사를 치른 김 의원에게 축하 전화를 한 사실까지 김 의원 측에서 흘러나왔다.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과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여권의 윤심 논란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했던 과거 제왕적 대통령 시대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윤심 개입 논란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김무성·서청원 후보가 대결한 대표 경선 과정에서 ‘박심(朴心)’ 논란을 빚어 결국 당내 분란과 총선 패배를 초래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경선 룰 변경을 놓고도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 채 퇴행적 태도를 근절하지 못하면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