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하는 작품을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전시하려던 행사가 국회사무처의 강제 철거로 무산됐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최강욱,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과 무소속 윤미향·윤형배 의원이 공동주관한 행사에는 작가 30여명의 정치 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시회를 주관한 의원 대부분은 민주당 내 강경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전시작품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정치 풍자 그림이 다수 포함돼 있다. 나체인 윤 대통령이 조선 왕실의 어의(御衣)를 걸친 모습으로 묘사했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종이로 가리고 ‘사정상 안쪽의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들춰보세요’라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술병이 뒹구는 바닥에 누워 있는 윤 대통령 배 위에 앉아 있거나, 윤 대통령이 나체로 김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그림도 있다. 마치 대통령을 술주정뱅이나 망나니로 묘사한 것이다. ‘대통령실, 사저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 등 영화 ‘헤어질 결심’을 패러디한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이번 전시를 허가해준 건 국회사무처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출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다. 그런 그조차 국회 내규에 어긋나는 행사를 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회사무처의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에 따르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는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국회사무처는 내규에 위반되지 않는 그림만 전시하는 조건으로 로비 사용을 허가했는데 주최 측에서 어겼다는 것이다. 주최한 의원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며 국회사무처를 항의 방문했다.
물론 민주 사회에서 건전한 정치 풍자는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저급한 정치 선동을 풍자로 포장하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의원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금도를 내팽개친 무책임한 처사다. 국회 의원회관은 국민을 위한 충실한 입법 활동을 위해 제공된 곳으로 특정 의원들의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는 사적 공간이 아니다. 정치를 희화화하는 퇴행적 행보와 도를 넘는 풍자는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나 정치 환멸만 키운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