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업체 자광, 관청 허가 안 받고 건물 해체 강행…물의

전북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옛 대한방직 공장 부지를 개발하려는 부동산 개발업체 ㈜자광이 관할 관청에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건물 해체 작업을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곳에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가림막 설치 작업 도중 바닥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청은 사전 착공 신고 없이 임의로 옛 대한방직 공장 건물을 해체 중인 자광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전북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전북도청 인근에 자리한 옛 대한방직 공장 부지 전경

완산구청에 따르면 해당 건축물을 철거하려면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사전에 철거 허가를 받은 뒤 관할 구청에 착공 신고를 해야 한다. 이 경우 구청은 현장 점검을 거쳐 착공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자광은 최근 구청에 착공 신고 등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최근 일방적으로 폐공장 건물 21개동 중 3개 동의 벽면을 뜯어냈다. 이런 사실은 최근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추락사고와 관련해 완산구청이 긴급 현장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완산구청은 이에 곧바로 업체에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최근 철거공사 발주자인 자광과 업체 대표를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전주완산경찰서에 고발했다.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건물 해체공사 시 착공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착공 신고를 하고 해체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완산구청 관계자는 “건축물을 해체하려면 요건을 갖춰 착공 신고를 해야 하는데, 자광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강행한 사실을 확인해 법적 조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옛 대한방직 폐공장에서는 지난달 29일 업체가 폐건물의 식면 지붕 등을 철거하기 위해 대한방직 부지(23만여㎡) 일대에 가림막을 설치하던 중 40대 태국인 노동자가 6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을 샀다. 당시 사고는 자광이 공장 슬레이트 지붕 등을 철거하는 공사에 돌입한 지 1주일여 만에 발생했다. 자광은 올해 60억원을 들여 전체 건물 21개 동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광은 아직 개발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부지에서 공사를 강행해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속도전식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작업을 중지하도록 조처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자광은 애초 전주시가 신도시(서부신시가지) 개발에서 제척해 현재까지 일반공업지역으로 분류된 옛 대한방직 부지를 매입해 143층 높이의 타워를 건립하겠다며 이를 상업용지로 변경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타워라는 미끼를 내세워 지상 60층짜리 3000가구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복합쇼핑몰을 건립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으려는 수순에 불과하다”며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다만, 전주시는 우범기 시장이 취임 이후 “시민의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며 신속한 행정절차 이행 등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으로 전환됐다. 전주시는 그동안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부지 개발이익의 40%까지 환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문까지 제시하며 개발 사업에 신중을 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