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붙잡히면서 쌍방울을 둘러싼 각종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전날 태국 빠툼타니 소재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던 중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의 전환사채(CB) 관련 허위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횡령, 불법 대북 송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사건에 연루된 핵심 피의자다. 그는 지난해 5월31일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약 8개월간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거주해 왔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8∼2019년 쌍방울의 200억원 규모 CB 거래 과정에서 허위 공시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CFO)와 현 재무 담당부장은 CB 인수 회사가 그룹 내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을 공시문에 기재하지 않았다. 검찰은 CB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사건에도 김 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과 법무부 등 사법당국은 현재 태국정부와 김씨의 국내송환 절차 등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여권은 이미 무효화된 상태라 태국정부가 추방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할 경우엔 입국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인 김모씨도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체포됐지만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해 아직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도 “한국 송환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 전 회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