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면서 “야당 말살 책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는 말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고도 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화살을 윤석열정부에 돌린 것이다. 대표 취임 이후 첫 정식 기자회견에서도 공허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 카드도 내놓았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 “내년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면서 “민주당은 올해 3월을 목표로 자체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거쳐 국민투표에 부치게 돼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개헌론을 제기한 건 자신에 대한 수사에 쏠린 시선을 분산해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최근 경제 상황을 민생경제 위기로 규정하고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그 방안으로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금융기관 금리 인하 등을 제시했다. 또 자신이 평소 주장해왔던 ‘기본소득’ 등의 개념을 포괄한 ‘기본사회’ 준비도 제안했다. 민생을 돌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다면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당장 시급한 민생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윤석열정부가 제출한 민생법안 등이 거대 야당의 횡포에 밀려 잠자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법안 등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이 대표가 무슨 말을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 리스크는 분리 대응하고,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와 민생을 걱정한다면 민주당과 국회를 사법 리스크의 방패막이로 삼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