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가지고 노는 행위” vs “식용 어류 동물보호법 대상 아냐”… 산천어축제 동물학대 논란 [이슈+]

동물단체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학대하면서 뭘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 생명을 공개적으로 가지고 노는 행위가 불편합니다.”

 

“그럼 낚시도 동물학대네요. 물고기가 아프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꼭 돼지와 소는 먹지 않나요?”

3년만에 열린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 이틀째를 맞은 8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에 마련된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장에서 관광객이 산천어를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암표거래까지 횡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화천 산천어축제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어류를 인간의 유희를 위해 활용하는 건 ‘학대’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면서다. 이미 2020년 검찰이 산천어축제의 동물학대 의혹에 대해 불기소 판단을 내리긴 했지만, 어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자 ‘어류의 덜 잔혹한 죽음’에 대한 공감대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동물단체는 맨손잡기를 금지하는 등 동물복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천어축제는 동물학대 축제”

 

13일 강원도에 따르면, 올해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열렸다. 지난 7일 개막했으며 첫날에만 12만9374명이 모였다. 이후 평일에도 꾸준히 시민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전날 기준 50만명이 넘는 인원이 축제를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천어축제엔 100만 마리가 넘는 산천어가 공수된다. 낚시는 물론 맨손잡기 행사 등이 열린다.

 

동물단체들은 한 장소에 산천어 수십만 마리를 몰아넣고, 낚시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를 본질적으로 유발하는 행위라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축제 본질 자체가 굉장히 반생태계적”이라며 “지난 주말 현장에 다녀왔는데 맨손잡기는 물론 산천어를 잡은 뒤 입에 대는 행위도 여전히 있었다. 잡은 산천어를 얼음 바닥에 그대로 둬 질식케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역시 “산천어축제는 명명백백한 동물학대 축제”라며 “동물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순간이 재미로 소비되는 일은 생명 존중 교육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며 생명 경시를 가르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열린 화천산천어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 낚시를 즐기고 있다. 화천군 제공

◆검찰 “식용 어류는 동물학대 아냐”

 

어류를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산천어축제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서 수사기관 판단도 나온 바 있다. 2020년 동물단체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고발했지만, 춘천지검은 축제에 활용되는 산천어는 애초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 처분했다. 동물단체는 이에 항고했으나 서울고검도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류 동물학대’와 관련해 경찰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이 이를 불기소 처분한 사례도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5월 집회 도중 활어를 노상에 던져 죽게 한 혐의로 송치된 경남어류양식협회 관계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관계자는 2020년 11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하며 방어 6마리와 참돔 5마리를 길바닥에 패대기쳐 죽였다. 정부가 일본산 활어를 수입해 국내 어민이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며 진행한 퍼포먼스였다.

 

동물단체는 이를 동물학대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경찰은 단순히 집회에 사용할 목적으로 활어를 내던진 건 동물학대라며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달랐다. 검찰은 “방어와 참돔은 과거부터 식용 목적으로 폭넓게 양식·수입 소비돼 왔고 시위에 사용된 물고기도 식용 목적으로 수입·판매된 점을 종합하면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등 11개 동물권 단체로 이뤄진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 지난 2020년 1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천어 축제는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며 전면 개편할 것으로 촉구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어류도 고통 느껴…“덜 잔혹한 죽음으로 나아가야”

 

현행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는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검찰이 이에 따라 계속해서 불기소 처분을 해왔음에도 동물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어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사망한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생물학자 빅토리아 브레이스웨이트가 생전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입 부위에 벌 독이나 식초를 주입한 송어는 식욕을 잃고 호흡이 가빠지며 주둥이를 수조 벽에 문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입한 뒤에야 이상행동이 사라졌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 셈이다. 유럽연합(EU)도 2009년 “물고기는 지각이 있는 생물이며 죽을 때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해외에선 어떻게 하면 어류가 유통과정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제 비영리기구 지속가능한양식관리위원회(ASC)는 어류가 유통 과정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어류 복지기준 초안을 검토 중이다. 물고기를 죽이기 전 기절시켜 물리적 고통과 스트레스, 불안을 덜어주는 게 어류 복지기준의 핵심이라고 한다. ASC는 “어류는 지각이 있는 동물이며 (인간의) 손질 과정에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질식시키기, 소금이나 암모니아에 담그기, 내장 적출하기 등의 야만적 물고기 도살 방식을 없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연 대표는 “축제를 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낚시나 맨손잡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동물을 직접 이용하는 콘텐츠를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