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눈물의 추모제…이태원 참사 유족 "경찰, 셀프수사 한계 보여줘"

대통령실 인근서 이태원참사 3차 시민추모제
"책임있는 주체들이 처벌되는 것이 상식 돼야"

이태원 참사 이후 세 번째 시민추모제애서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결과를 '꼬리자르기식 수사'라고 규탄했다.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대책위)와 함께 개최한 이태원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특수본 수사 결과는 기존에 우려했던 것과 같이 윗선에 대해 수사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셀프수사'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 목표를 정해놓고 적당한 수준에서 하는 수사를 하고 마무리됐다"면서 "검찰의 본격적인 윗선 수사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특수본은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경찰청 등 기관에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해 '꼬리 자르기식'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책임이 있는 기관들에 구체적인 의무가 없고, '예측이 실패했을 뿐이니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면 된다'는 것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의 복잡성이 재난을 예방해야 하는 개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며 "더 큰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더 크게 처벌되는 것이 상식이 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철 대표는 다음 달 참사 100일 때 100만명의 시민이 추모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추모제는 겨울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속에 치러졌다.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흰색 비옷을 입고 참석한 유가족들은 다른 유가족들의 증언이 이어질 때마다 연신 눈물을 훔쳤다.

 

159번째 희생자인 10대 고교생인 고 이재현(16)씨의 아버지도 이날 증언대에 섰다.

 

이씨 아버지는 "전 일주일 동안 밝은 모습으로 밥도 잘먹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이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나 하고 안심했다"며 "그런데 그것이 친구한테 갈 결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것을 알고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이씨는 지난달 12일 서울 마포구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와 함께 이태원에 갔던 다른 친구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씨는 참사 트라우마를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지난 3일 "관계 법률 및 의료분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결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돼 사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며 이씨를 159번째 희생자로 인정했다.

 

유가족 사이에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날 경기침체 관련 언론의 질문에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졌고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로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말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는 "바닥을 찍은 경기를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태로 언급한 이 총재님께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죄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가 이뤄지는 장소 바로 뒤편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맞불 집회를 벌였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