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된 대표 겨울축제 평창송어축제 1월 29일까지 오대천 일원서 펼쳐져/대관령눈꽃축제 오는 20∼29일 열려/황태해장국·오삼불고기 평창의 맛도 즐겨
가느다란 낚싯줄을 얼음구덩이에 집어넣는 아이. 5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외친다. “엄마! 여기로 와보세요! 뭔가 잡힌 것 같아요!” 어른 손에도 묵직함이 느껴지는 낚싯줄을 천천히 끌어 올리자 팔뚝만 한 송어가 펄떡거리며 따라 나온다. 어른도, 아이도 아주 쉽게 짜릿한 손맛을 즐기는 대표적인 겨울 놀이터, 평창송어축제가 3년 만에 다시 활짝 열렸다.
◆반갑다! 다시 열린 송어축제
제14회 평창송어축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으로 들어서자 한국송어양식협회가 5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거대한 송어 조각작품이 여행자를 반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인기 캐릭터 눈사람 올라프와 평창송어축제 캐릭터가 송어를 들고 선 조형물에는 예쁜 사진을 찍어달라며 엄마를 재촉하는 아이들이 긴 줄을 섰다.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세찬 바람에 나무 몸통마다 눈이 상고대처럼 옆으로 길고 두껍게 만들어진 풍경도 이채롭다. 계묘년을 맞아 제작한 대형 토끼 조형물 포토존도 인기 만점. 송어축제장을 찾는 이들을 환영하는 대형 보드에는 ‘황금송어를 잡아라!’는 안내문이 적혔다. 순금 11돈의 경품이 걸렸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축제가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것을 기념해 푸짐한 경품을 내걸었나 보다.
송어를 잡는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평창송어축제는 이달 29일까지 오대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평창은 송어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이유가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송어 살이 찰지고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힘이 아주 세서 짜릿한 손맛까지 즐길 수 있다. 얼음이 꽁꽁 언 낚시터로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텐트가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축제를 즐기는 이들이 얼음 위를 가득 채웠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발밑의 얼음 구멍만 쳐다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송어낚시는 미끼를 사용하지 않는다. 초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낚시방법을 익힐 수 있어서다. 10살쯤 된 아이는 자기 손으로 잡았다며 팔뚝만 한 송어를 내보이며 하얀 치아가 모두 드러나도록 활짝 웃는다. 매서운 바람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지만 추위도 송어 잡는 짜릿한 손맛을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아이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인근 양식장에서 트럭으로 송어를 실어 얼음구덩이에 계속 쏟아붓는다. ‘물 반 고기 반’이라 송어를 못 잡는 게 이상할 정도.
낚시보다 더 짜릿하고 액티브하게 송어를 낚고 싶다면 ‘송어 맨손잡이’에 도전하면 된다. 평창송어축제의 백미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체험이다. 반바지를 입고 겨울 냉수에 들어가 맨손으로 직접 송어를 잡아채는 재미는 낚시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직접 잡은 송어는 매표소 옆 회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평창송어축제장 낚시터에 공급되는 송어는 100% 평창에서 자란 송어로 가장 맛있는 무게의 송어들로만 엄선됐으니 맛은 걱정할 필요 없다. 평창은 우리나라 최대의 송어 양식지이며 송어횟집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겨울을 대표하는 축제인 만큼 눈과 얼음을 함께 즐기는 신나는 레포츠도 마련됐다. 눈썰매와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스노 래프팅, 얼음카트, 얼음자전거 등으로 활기찬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눈이 예술되는 대관령눈꽃축제
송어축제와 함께 대관령눈꽃축제도 3년 만에 돌아왔다. 해발 700m 고원지대의 아름다운 은빛 설원이 펼쳐져 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평창군 대관령면 송천 일원에서 오는 20∼29일 펼쳐진다. 행사장소로 들어서자 축제를 대비해 눈만들기 작업이 한창이다. 눈은 오지 않지만 스노 머신 여러 대가 가동돼 끊임없이 인공눈을 쏟아내고 있다. 초대형 눈 조각 작품들이 들어설 예정이라 엄청나게 많은 눈이 필요하다고 한다.
올해 축제는 ‘대관령이즈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관령 사람들의 생활중심지인 횡계터미널 주변의 옛 시가지를 눈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 대관령 사람들의 이야기를 축제공간과 어우러지게 구성한다. 지역의 전통문화인 황병산 사냥놀이를 재구성한 ‘대관령 멧돼지 사냥’과 1970~80년대를 재현한 대관령 눈마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눈꽃축제의 백미는 눈 조각 작품.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초대형 눈 조각과 캐릭터 눈 조각이 전시되고 눈사람 공원도 조성해 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황태해장국 먹을까 오삼불고기 먹을까
평창에 왔으니 황태로 만든 미식들을 놓칠 수 없다. 대관령면 횡계리로 들어서자 황태전문식당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그중 지역에서 소문난 황태회관을 찾았다. 황태해장국을 주문하자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놓고 팽이버섯도 듬뿍 넣은 맑은 국물의 해장국이 나온다. 겨울 찬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황태는 구수한 맛으로 가득해 입이 호강한다.
황태는 명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색이 노랗게 변해 붙여진 이름. 대관령 700고지에서 자연 건조된 황태는 살이 두툼하고 부드러우며 맛도 고소하다. 특히 잘 익은 황태는 더덕처럼 부드럽게 찢어지고 약효도 뛰어나 ‘더덕북어’로도 불린다. 숙취 해소에 좋은 황태해장국,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내는 황태구이, 콩나물 등 각종 야채와 버무려져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황태찜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진부면 하진부리 부일식당은 50년 넘게 손님을 맞은 노포. 산채백반이 대표 메뉴로 곤드레, 취나물, 곰취, 고사리, 오가피, 다래순, 참나물 등 무려 21가지 산나물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그중 압권은 두부조림. 몽글몽글한 두부는 입에서 씹을 것도 없이 눈 녹듯 사라져 겨울여행을 맛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횡계리 동양식당은 허영만 화백이 다녀간 뒤로 식객들이 줄을 잇는다. 오동통한 오징어와 삼겹살이 어우러지는 오삼불고기에 밥을 쓱쓱 비벼 먹으면 무한한 행복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