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도 내는 강제동원 해법, 日 전향적 태도에 달렸다

꽉 막힌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이래 어제 한·일 국장급 회의가 도쿄에서 열렸다. 지난달 26일 이후 약 20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 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기부금을 모아 한국 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는 제3자 대위변제해법을 일본에 전달하면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전범기업들의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 내 여론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대위변제는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일본 정부는 그간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당시 청구권 협정을 통해 유·무상 5억달러의 경제협력 자금을 지원해 청구권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만큼 일제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위변제 카드는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이고 있으니 가해자인 일본 정부 역시 그에 못지않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의 메시지인 셈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의 태도변화 여부다. 사실 인정을 전제로 한 사과와 일본 피고 기업이 상징적 액수라도 초기 재원 조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일본 정부가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자국 기업이 강제징용 판결금을 지급하는 재단에 기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이 부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기업은 빼고 대신 자동차업체 A사, 첨단소재 업체 B사, 금융그룹 C사, 화학업체 D사 등 일본 내의 주요 대기업 참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심지어 도쿄에서 2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설까지 나오는 등 일본 정부가 과거에 비해 적극적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지난 5년 동안 양국관계는 역대 최악이었다. 과거사 문제로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양국이 어렵게 손을 잡은 만큼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선언’ 시절로 하루빨리 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일본이 독일과 같이 역사의 과오에 대한 사과표명에 인색하지 말고, 배상문제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