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70여명 이름 내걸어 선거제 개편 등 논의 속도 기대 ‘득표대로 의석수 확보’ 공감 속 정당별 문제의식 이견 보이기도 참여 의원 늘려 30일 공식 출범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국민과 미래를 내다보면서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나의 유불리나 정당·정파의 유불리를 넘어 국민만 생각하며 정치개혁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1차 운영모임에 참석한 여야 의원 15명은 이처럼 모두 한목소리로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법정시한(오는 4월10일)을 앞두고 여야 의원 70여명이 이름을 올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닻을 올린 가운데 이들이 여야 의견차가 큰 선거제 개편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모임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먼저 언급한 점 등을 들어 선거제 개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논의 형태나 구체적인 개편 방식에 대한 이견도 일부 노출됐다.
정 의원은 “정치 때문에 갈등이 심화하고 분열되고 서로 배제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성에서 (정치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여야 갈등의 시작점인 선거제 등 여러 제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책을 이번에 만들어야 한다는 데 우리 모두가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근 잇따라 선거제 개편을 띄운 점을 들어 정치개혁의 적기가 도래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부정적 전망이 많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의원이 선거제 개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통령, 국회의장 등 주요 지도자 또한 개혁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도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건 의미 있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런 대통령 언급을 가볍게 여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편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격론이 이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가져가야 한다’는 대전제에 대한 공감을 표하면서도 소속 당에 따라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득표율 차이는 8%였음에도 의석수는 2배 차이가 났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은 득표율은 12% 차이였는데 의석수는 무려 5배 차이가 났다”며 “지금 모든 정당이 바라는 건 국민이 투표한 만큼 의석수를 갖고 국회를 다원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일본을 보면 중대선거구제를 하다가 너무 우경화가 심하니까 이번에 소선거구제로 바꿨다. 물론 최형두 의원은 다르게 해석하시긴 하는데”라고 말하자, 바로 옆에 앉은 최 의원이 “저는 달라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뿐 아니라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다소 다른 뉘앙스의 발언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의원 의견을 수렴할 것이냐에 대해 차이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전 선거제 개편 경험을 언급하며 “‘왜 몇몇 사람들의 정치적 협상으로 결정했느냐’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 많은 의원이 뜻을 갖고 있는데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단 말이었다”며 “이번에는 정개특위가 중심 역할을 하되 많은 의원이 공론장을 열어 다양한 의지,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조직 확대가 오히려 개편 논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이종배 의원은 “다만 (조직이) 무거워져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첫 모임을 가진 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일단 참여 의원을 늘리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간 뒤 오는 30일 모임을 공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