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노동, 산업안전 등 각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 1년을 맞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위험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 중심의 법 집행만큼 현장에서의 예방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9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510명에 이른다.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오히려 8명이 증가한 수치다. 법 시행 전후가 거의 차이가 없다.
세계일보가 17일 각계 전문가 15명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성과와 한계를 물은 결과,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정부의 법 집행 의지 부족’, ‘법 조항 자체의 불명확성’ 등을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뒤인 지난해 1월27일 시행됐다. 법안 심사 과정 당시 경영계가 “이중삼중 과잉처벌”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엄벌주의가 꼽힌다. 산재 예방을 기강의 문제로 인식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만 골몰했다는 지적이다. 경영진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실제 안전보건 역량을 확보하기보다는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서류 작업에 매달리거나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대형 로펌을 찾는다는 것이다.
취재에 도움주신 분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 △고윤기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 △문은영 변호사 △송인택 변호사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장윤미 변호사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한 15명 전문가 중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명단에 게재하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