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험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채권을 판매해 손실을 발생시킨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회사채 증권신고서에 거짓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지숙)는 동양 계열사 회사채 투자자 1246명이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에 ▲사모펀드와의 거래 관련 사실 ▲무단으로 회사채 판매대금을 계열회사 자금으로 지원한 사실 ▲동양증권이 부동산을 매수해 지주회사 동양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 등이 거짓 기재되거나 기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각 사항과 관련해 회사채 증권신고서 등에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배상의 범위 등에 관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투자자로서는 증권신고서 등을 통해 동양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기업어음 매입 등 거래를 지속해 온 사실, 아직 회수 못한 기업어음 잔액 규모, 추가 거래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는 지난 2013년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숨기고 기업어음(CP)을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이에 따라 당시 피해자는 4만여명, 피해액은 무려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증권집단소송법은 증권거래 과정에서 생긴 집단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원고들이 승소하면 대표성을 인정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관련 피해자들의 권리까지 구제되는데, 일반 소송과 달리 법원 심사를 통해 소송 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피해자들은 동양 측이 부정한 수단으로 회사채를 팔아 손해를 입었다며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신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6월 소송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1심은 소 제기 약 9년여만에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편 동양증권은 사태 이후 2014년 최대 주주가 대만의 유안타증권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 유안타증권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고 지난 2021년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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