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항구 풍경이다. 정박한 배는 이미 돛을 내렸고, 멀리서 배가 서둘러 들어오고 있다. 부푼 마음으로 아이까지 데리고 나온 여인들이 항구 한쪽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람들이 건너편 건물 앞과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술에 취한 듯 목소리를 높이는 남정네도 보이고, 몸싸움을 벌이는 사람들까지 뒤섞여 저녁 풍경이 어수선하다. 프랑스 화가로 로마에서 주로 활동했던 클로드 로랭의 고전주의 풍경화 작품이다.
로랭이 많은 사람의 다양한 모습과 풍경을 한 장의 그림에 담았지만 그렇게 산만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정박한 배의 깃대들과 건너편 건물의 수직선이 그림의 세로축을 이루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평선이 그림의 가로축이 되는 단순한 구도 안에 담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모인 전경, 들어오는 배와 그 주변인 중경, 그리고 해지는 모습인 원경이 그림 전면을 향해서 평행을 이루게 배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림을 몇몇 규범으로 묶어두면 답답해 보일 것을 우려해서 로랭은 노을빛과 붉게 물든 하늘의 화려한 분위기가 화면 전체를 휩쓸며 밀려오는 느낌도 표현했다. 이성적 구성으로 화면 안에 절제된 형식을 만들고, 거기에 색채를 이용한 감성적 느낌도 덧붙였다. 이처럼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는 좀 독특했다. 이성적으로 그림을 절제 있게 구성했지만 그 안에 바로크 미술의 감성적 느낌도 담는 절충주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