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법치주의 확립” vs “5월 총궐기·7월 총파업”… 강대강 치닫는 노정 갈등

윤석열정부가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새해 들어 노동계를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노조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와 회계 투명성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팔을 걷어 붙힌데 이어, 간첩 혐의로 강제수사를 벌이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오는 5월 총궐기와 7월 총파업으로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등 양대 노조의 건설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 노조가 특정 인물의 채용을 강요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경찰과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8일에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방첩당국은 민주노총 간부가 동남아 등지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한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연이은 강제수사에 “수십 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다”고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정원 동원 노동 탄압·공안 통치 부활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압수수색은 대통령의 사주를 받고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편의 쇼였다”면서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의 계기가 된 안전운임제 일몰을 관철시킨 뒤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를 노조가 아닌 ‘사업자 단체’로 해석하며 공정거래법상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으로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고,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반대해 온 표준운임제를 대체하는 안으로 공개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 문제를 시정하겠다며 공시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고, 국토부는 노조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 척결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방향성은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그 기조가 읽힌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석해 “노조의 높아진 위상과 책임에 맞지 않게 불투명한 재정 운영, 폭력을 통한 노조 활동 방해 등이 남아있다”며 윤석열정부 노동 개혁의 핵심이 노조 개혁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노동 개혁의 기본이 ‘노사 법치주의’에 있다며 “노조는 노동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권한과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세 속에 노정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노동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민주노총은 대정부 투쟁의 수위도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양 위원장은 오는 5월1일 노동절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면서 “물가와 금리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