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감소·적자 누적…전북 시군 버스터미널 줄줄이 문닫아

설 명절 첫날인 21일 오후 전북 김제시 금산면에 자리한 원평공용터미널. 인근 전주·정읍 등 도시로 향하는 주민 한 두 명이 대합실 밖에 서성이며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뿐 명절 연휴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이곳 터미널에는 대합실을 중심으로 좌우에 식당과 미용실 등 상가가 5∼6곳 분포했으나, 줄줄이 문을 걸어잠군 지 오래됐다. 문밖에는 내버린 집기들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90㎡ 크기의 대합실 내부는 냉난방은커녕 천장 조명조차 꺼져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매표 창구는 셔터를 내린 지 오래된 듯 보였다. 화장실은 문짝이 떨어져 나가 찬바람이 세차게 들이닥쳤고, 수도는 꽁꽁 얼어붙어 사용이 불가능했다.

 

설 명절 연휴인 21일 전북 김제시 금산면 원평터미널 승강장에는 귀성객은 보이지 않고 폐업한 식당에서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냉장고와 캐비닛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제=김동욱 기자

1997년 문을 연 이곳 터미널 이용객은 한 때 하루 최대 200∼300명, 연간으로 치면 7만명에 육박했지만, 2021년 말에는 하루 최대 80명, 연간 2만9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절반 이하로 급격히 줄어들어 터미널을 운영하던 민간 사업자는 24년 만인 2021년 폐업 신고를 냈다. 결국 김제시는 일대 주민 편의를 위해 월 1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시외버스 경유지로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근래 들어 전북 곳곳에서 문 닫는 터미널이 늘어나면서 이용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관내에 운영 중인 시외·고속버스 터미널 30개소 가운데 6곳이 최근 5년 새 잇달아 문을 닫았다. 남원 반선터미널이 2018년 폐업했고, 2020년에는 임실 오수공영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임실군은 터미널 공영 운영을 결정하고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터미널 폐업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부터 가속화돼 원평터미널과 정읍 신태인터미널이 폐업 신고했다. 지난해 4월에는 남원고속버스터미널이, 올해 새해 첫날에는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아 각각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 운영 중이다.

 

운영 방식은 민간 위탁 운영 중인 공영 2개소를 제외한 28곳 모두 민간이 운영하는 공용터미널이다. 임실 오수버스터미널도 공영이지만, 한 지역 여객 업체에 위탁한 상태다. 직영은 정읍시 2021년부터 운영 중인 신태인터미널이 유일하다.

 

설 명절 연휴인 23일 전북 김제 원평터미널 대합실 모습. 출입문은 한쪽이 떨어져 나가 찬바람이 들이닥쳤고, 내부에는 조명조차 없이 낡은 간이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김제=김동욱 기자

터미널을 이용하는 버스운송 사업자 수와 운행 노선, 편의시설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터미널을 이용하는 버스운송 사업자는 전주와 군산이 고속버스터미널을 포함해 각각 21곳이지만, 나머지 12개 시군은 대부분 터미널당 1∼8곳에 그친다. 승차권 구입의 경우 창구와 무인 발매기, 스마트폰 앱 모두 가능한 곳은 11개소(26.7%)에 불과하다. 창구 발매만 가능한 곳은 9개소(30.0%), 발매 창구조차 없는 곳은 2개소가 있다.

 

터미널 폐쇄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버스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사업자들의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터미널 사업자는 “터미널 운영은 승차권 판매 수수료와 터미널 여객자동차 이용료, 상가 임대료 등으로 충당한다”며 “근본적으로 승객이 감소하다 보니 승차권 수수료가 줄고, 입점 상가마저 임대료를 감당 못 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가 파악한 터미널 30개소 승객은 2018년에만 해도 1085만명에 달했으나, 코로나19가 대거 확산한 2020년에는 574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1년 12월 현재의 경우도 1일 100명 미만인 터미널은 6곳이며, 이 중 2곳은 10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의 경우 고속터미널을 포함해 1일 평균 9700여명에 달했고, 군산·익산 2400여명, 김제 1000명 등이었으나 나머지 10개 시군은 터미널별로 최대 750명 미만이었다.

전북 김제시 원평터미널 대합실 모습. 낡은 플라스틱 간이 의자만 놓여 있을 뿐 조명도 냉난방도 되지 않다 보니 이용객은 밖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렸다. 김제=김동욱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로 점차 일상 회복이 이뤄졌지만, 줄어든 승객이 좀처럼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주요한 거점인 터미널의 잇단 폐쇄는 노인 등 교통약자의 불편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간 왕래와 소통을 단절시켜 지역 소멸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구 감소 추세 속 자가용 보급이 늘어나고,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면서 터미널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해 시군, 여객자동차 업계와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