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文 정부서 떠넘긴 것” VS “대책 없이 보고만 있나”…여·야 ‘네탓’ 공방

이재명 “30조 추경 제안했지만 정부·여당 관심 없어”
김기현 “난방비 폭탄 운운하는 민주당 행태, 거짓말·적반하장의 극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난방비 급증 문제를 두고 불만이 속출하자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며 민심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무대책에 민심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후임 정부에 떠넘긴 탓이라고 맞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엄청난 강추위 때문에 국민들께서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기 요금, 가스 요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특히 취약계층들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30조원 추경(추가경정예산), 30조원 지원 예산을 말씀드렸는데 정부 여당이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그중에 5조원 규모의 ‘핀셋’ 물가 지원금을 말씀드렸는데 사실 에너지 문제도 그 속에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소득 하위 80% 가구에 지원금을 주는 내용을 담은 ‘30조원 추경’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0조원 추경은 이 대표가 지난 12일 처음 제안한 것으로,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80%에 속하는 1700만 가구에 15만∼40만원씩 물가 지원금을 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여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야당이 제안하면 무조건 거부하고 반대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난방비 폭탄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만약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라도 나서서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설 밥상의 최대 화제는 ‘난방비 폭탄’과 ‘말 폭탄’이었다”며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은 물가 폭탄에 경악하고 걱정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 없이 오르는 물가도 물가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국민의힘은 난방비 급증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렸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2~3배 이상 가스 가격이 오를 때 문재인 정부는 (가스 요금을) 13%만 인상해서 적자가 9조까지 늘어나는 등 모든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몫으로 돌아왔다”며 “탈원전 한다면서 많은 부담을 후임 정부에 떠넘긴 것이 민주당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물가 지원금 등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제안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때를 만난 듯 난방비 폭탄 운운하는 민주당 행태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거짓말이자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는 당시 가스 가격이 2~3배 오를 때 난방비를 13%만 인상해 이후 모든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됐다”며 “전기요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주요 원인이다. 멀쩡한 원전을 폐기해 전기료 인상 요인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전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거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추위와 난방비 인상으로 가슴 졸이는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며 “민주당의 남 탓 정치, 네 탓 정치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렇지만 민생과 직결된 난방비 문제까지 정략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