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어제 공식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의 불출마 결정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압박과 지지율 하락에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어제 발표로 나 전 의원 거취를 놓고 벌어진 여권 내 소동이 일단락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집권 세력의 부끄러운 민낯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보수 진영 내 지지 기반을 보유한 나 전 의원은 올해 초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김기현 후보를 미는 친윤계 주류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이라는 간판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고, ‘자기 정치’만 생각하는 사람이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지 석 달도 안 돼 대표 출마를 검토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그렇다고 여당 전당대회가 대통령과의 친소 논쟁으로 날밤을 지새우며 이렇게까지 파열음을 내야 했는지 국민 실망이 대단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