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관련한 수사를 이어온 검찰이 다음 달 8일을 전후해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전 회장의 구속 시한이 최장 20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검찰은 쌍방울의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금 흐름 전반을 살펴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북송금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접점’ 찾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는 2월 초 기소를 앞두고 각종 의혹 규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받는 혐의는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640만달러 대북송금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3억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앞선 검찰의 영장 청구에선 이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빠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매각, 매입하면서 불법적인 자금 흐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둔 것이다.
검찰은 재판이 진행 중인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의혹과 뇌물공여 혐의 등을 먼저 입증하고 추후 쌍방울의 전환사채 발행과 자금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비자금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돈의 기본 흐름부터 명확히 규명돼야 이 대표를 향한 수사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이다. 혐의 입증과 기소에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넘어 구체적 물증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8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가 이달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함께 태국 이민국에 붙잡혀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