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후 법이 바뀌어 없던 처벌 규정이 새로 생기거나 처벌이 무거워지고, 반대로 처벌 규정이 없어지거나 처벌이 가벼워졌다면 언제의 법에 따라서 처벌될까요?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형법 제1조 제1항(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에 따라 행위 후 법이 바뀌어 없던 처벌 규정이 생기거나 처벌이 무거워지더라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행위시법주의’라고 합니다.
행위시법주의는 시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행위 시의 법만 위반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주어져야 시민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신법이 행위시법(구법)보다 가볍게 변경됐다면 신법(재판시법)을 적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에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舊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新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며(형법 제1조 제2항),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는 면소 판결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그런데 과거 대법원 판례(1963. 1. 31. 선고 62도257 판결 등)는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는 법령 변경의 동기가 종래의 처벌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인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왔습니다. 이런 이론을 ‘동기설’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대법원은 약 60년 만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동기설’을 폐지하고 기존 판례를 모두 변경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개정됐다면 항상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의 사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 피고인은 2020년 1월 혈중 알코올 농도 0.209%의 만취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재판을 받는 도중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전동 킥보드는 자동차가 아닌 ‘개인형 이동장치’ 내지 ‘자전거 등’으로 분류되었고,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의 처벌 수위는 2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낮아졌습니다.
그러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개정 법령의 취지가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재판시법)에 따라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경과 규정을 따로 두면 되는 것이지, 판례가 법에 없는 추가적인 요건을 설정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규정을 축소 해석하는 일은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로 최대한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김추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