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전자부품 업체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나란히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TV, PC 등 전 세계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얼어붙은 탓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실적이 좋았으나 결국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4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폭스콘 공장 가동 중단 사태 영향이 컸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한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최대 협력업체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반발해 대거 이탈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임직원이 20만여명에 달하며 아이폰14의 80%, 아이폰14프로의 85%를 생산해왔다.
대신증권은 “중국 코로나19 확산 및 폭스콘 생산 차질로 애플 아이폰14 생산이 계획 대비 감소했다”며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성수기에 가동률 하락으로 고정비 부담이 가중됐다”고 했다.
삼성전기도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감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4분기 전체 매출도 1조96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줄었다.
부문별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을 하는 컴포넌트 부문이 29% 줄고, 광학통신 부문은 16% 감소했다.
네트워크 및 전장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 공급 증가로 패키지솔루션 부문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을 뿐이다.
세트 수요 둔화와 비수기 영향으로 삼성전기 주요 제품인 MLCC, 카메라모듈, 모바일용 패키지 기판(BGA) 등의 공급이 줄었는데, 이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에서 발생한다. 스마트폰 업황 부진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MLCC 수요 감소 폭이 크고 모바일 및 메모리 반도체 기판의 판가 하락 폭이 확대됐으며, 카메라모듈의 계절적 재고 조정도 진행됐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 여건도 비우호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IT 업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모두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두 회사의 주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TV, PC 등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판매 침체를 겪고 있다.
상반기에는 수요 부진과 코로나19 생산 차질 영향으로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재고 조정이 끝나고 중국 수요가 회복하면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