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년… 처벌에 초점 맞춰져 예방 노력 미흡

“경제적 제재 검토해야”
“상습·다수 사망사고 가중처벌해야”

“근로자의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 검토를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김성룡 경북대 교수)

 

“상습, 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전형배 강원대 교수)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고용노동부가 26일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법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경영책임자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 등 법 취지에 맞는 현장의 변화가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대상 기업(50인 이상 사업장)의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법 적용 전보다 8명 증가했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611건, 사망자는 644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54건(8.1%), 39명(5.7%)씩 감소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256명으로 8명(3.2%)이 더 늘었다. 현장의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법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 차관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 보강이나 예산 투자보다는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 수요가 확대됐고, 의무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서류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 적용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할 때 법 이행 및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벌 수위를 조정하는 등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장에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2024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 또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경영계는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보다는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하고 있고, 노동계는 처벌 수준의 강화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행정의 측면에서도 감독관이 사후적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경영계는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만들어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노동계도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안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그중 상습, 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상반기 중 중대재해처벌법령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